3편_안타고니스트 록조: 뒤틀린 욕망과 이중성의 해부
이 영화의 진정한 무게추는 주인공 밥 퍼거슨이 아닌, 그의 숙적이자 영화의 안타고니스트인 스티븐 J. 록조 에게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록조는 단순한 악당을 넘어, 작중 세계관의 병폐와 모순적인 인간의 욕망이 가장 뒤틀린 형태로 응축된 인물입니다. 그의 캐릭터를 해부하는 것은 곧 이 영화가 다루는 사회적, 심리적 질병을 탐구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록조의 첫 번째이자 가장 명백한 특징은 이중적인 욕망과 모순된 정체성입니다. 그는 백인 우월주의 성향의 사조직인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에 가입하려는 전형적인 인종주의자이자 권위주의형 인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모욕하는 흑인 여성인 퍼피디아에게 성적 페티시를 느끼는 마조히스트입니다. 극우 이념의 정점에 서고자 하면서도, 그 이념이 죄악시하는 '타 인종과의 관계'를 통해 쾌락을 얻는다는 점은 그의 근본적인 자기혐오와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이 모순은 퍼피디아에 대한 그의 집착에서 비롯된 '치부 은폐'라는 궁극적인 욕망으로 이어집니다. 록조가 밥과 윌라를 쫓는 이유는 단지 과거의 원한 때문이 아닙니다. 그는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에 가입하여 사회 최상위 계층으로 진입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서는 '타 인종과 관계를 맺었다'는 그의 결격 사유를 완벽하게 지워야 했습니다. 윌라가 자신의 딸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은 그에게 기회인 동시에 가장 큰 위협이 되었고, 이 치부를 '청소'하기 위해 부녀를 쫓는 그의 행위는 지극히 사적이고, 비열한 욕망의 발로였습니다.
게다가 록조의 뒤틀린 내면은 '디나이얼 게이'로 추측되는 억압된 성 정체성과 맞물려 더욱 복잡해집니다. 꾸밈에 대한 강박, 특유의 걸음걸이, 그리고 윌라와의 대화에서 유추되는 그의 성향은, 그가 백인 우월주의라는 극단적인 권위주의 속에 자신을 억지로 가두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는 퍼피디아를 "훌륭한 혁명가"라고 언급하며 그녀를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구원자로 느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곧 자신이 이념과 사회적 기대에 의해 억압당하고 있다는 무의식적 자각이며, 결국 그는 그 구원자(퍼피디아)와 그 결과물(윌라)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뒤틀린 권위를 유지하려 합니다.
록조는 영화 속 가상의 사회가 낳은 괴물입니다. 인종 우월주의, 권위주의, 이상성욕, 그리고 억압된 자아가 한데 뒤섞여 폭발한 그는, 결국 자신이 그토록 들어가려 했던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이라는 기득권 집단의 도구로 전락하며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는 밥의 딸 윌라가 자신의 친딸임을 확인하는 순간 잠시 혼란스러워하지만, 결국 아버지가 아닌 '결함'을 지워야 하는 대상으로 윌라를 처분하려 합니다. 결국 록조는 인간적인 유대와 사랑(밥의 부성애)을 외면하고, 오로지 뒤틀린 욕망과 사회적 권위에만 충실했던 인물이 맞이하는 필연적인 파멸을 보여줍니다. 록조 경감은 이 영화가 폭로하는 부패하고 모순된 사회 구조의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욕망에 충실했던 안타고니스트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