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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 배틀 에프터 어나더]

2편_네 번의 배신: 인간은 어디에서 무너지는가

by 김형범

이 영화는 부성애의 숭고함을 그리는 동시에, 인간의 연약함과 이기심이 빚어내는 네 번의 치명적인 배신을 통해 혁명의 이상이 어떻게 붕괴되는지를 냉정하게 탐구합니다. 이 배신의 연쇄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인간이 가장 취약해지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섬뜩하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공을 들인 장면 중 하나는 취조 장면입니다. 특히 이 장면에 출연한 배우가 실제로 군대에서 취조 담당 분야에 있었다는 사실은, 장면의 현실적인 긴장감과 압박감을 극대화하며, 인간의 정신적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소름 끼치게 그려냅니다.


첫 번째 배신은 퍼피디아의 배신입니다. 누구보다 혁명적이었고 이념에 투철했던 '프렌치 75'의 행동대장이었던 그녀는, 은행 강도 사건 후 체포되자 자신의 안위와 30년 이상의 징역을 피하기 위해 동료들의 정보를 팔아넘겼습니다. 혁명을 위해 가족까지 등졌던 그녀가 결국 가장 사적인 공포, 즉 '자신의 생존과 자유' 앞에서 이념과 동지애를 내던진 것입니다. 퍼피디아의 배신은 혁명의 대의가 결국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이기심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뼈아픈 현실을 상징합니다.


두 번째 배신은 조직원 하워드 서머빌의 배신입니다. 그는 16년이 지난 후에도 노숙자와 정신질환자를 돕는 봉사 활동을 하며 신념을 지켜온 조직의 브레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록조 경감은 밥과 윌라의 행방을 묻기 위해 그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혁명이나 조직에 대한 협박이 아닌, '여동생의 안전'이라는 가장 사적인 영역을 건드리자 그는 무너지고 맙니다. 개인적 신념 차원에서는 강했지만, 가족이라는 사적인 연결고리가 위협받는 순간, 혁명가로서의 강인함은 흔들립니다. 이는 인간의 가장 강렬한 힘인 '사랑'이 역설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세 번째 배신은 윌라 친구의 배신입니다. 록조의 부대가 윌라의 행방을 쫓을 때, 윌라의 친구 네 명은 모두 윌라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입을 맞춥니다. 이는 우정이라는 맹세를 지키려는 숭고한 시도였지만, 끈질긴 심문과 압박 속에서 결국 친구 중 한 명이 윌라의 휴대폰 번호를 불고, 윌라의 위치가 노출됩니다. 이 배신은 거대한 조직이나 이념의 문제가 아닌, 순수한 '연약한 인간관계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공포와 불안이라는 외부 압력 앞에서, 우정이나 의리 같은 사회적 미덕은 쉽게 휘발될 수 있음을 고발합니다.


네 번째 배신은 이미 죽은 조직원 '정글 푸시'의 과거 배신입니다.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이 록조 경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15년 전에 죽은 조직원 정글 푸시가 이미 과거에 발설했던 내용을 발굴합니다. 이로 인해 윌라의 존재와 록조의 치부가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이 배신은 가장 아이러니합니다.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과거의 취약했던 순간에 내뱉었던 말이 15년 후에 거대한 숙청의 방아쇠가 된 것입니다. 이는 혁명의 실패는 작은 고리에서 시작하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인간의 나약함은 언제든지 발현이 될 수 있으까요.


네 번의 배신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약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신은 언제 어디서나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어떻게 우리는 약점을 극복하고 연대를 구성할 수 있을까요? 이 영화에서 반대의 장면도 나옵니다.


디 엔드리아는 16년 전부터 프랜치 75로 활동한 조직원입니다. 윌라를 학교 무도회에서 피신을 시키고 은신처로 안내한 그녀는 록조 일당에게 잡혀서 배신을 강요받습니다. 영화에서는 짧게 나오지만 네번의 배신과 같은 압박과 유혹을 그녀에게 퍼붓습니다. 하지만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배신 하지 않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강함이나 신념만으로 연대의 고리를 강건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그 안에 따뜻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야 강력한 연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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