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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Jul 12. 2024

믿음의 경계를 흔드는 울림: 연극 '크리스천스'

종교와 인간성의 깊은 고찰을 담아낸 동시대적 무대

연극 '크리스천스'는 우리에게 믿음의 본질과 그 파급력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루카스 네이스의 원작을 민새롬 연출이 한국 무대에 올린 이 작품은, 한 교회 공동체를 뒤흔드는 파격적인 설교로 시작됩니다.

극의 중심에는 담임목사 폴이 있습니다. 그는 "지옥은 없다"라는 충격적인 선언으로 교인들의 믿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이 한마디가 교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폴 자신의 삶까지도 뒤흔들게 됩니다. 폴의 이 발언은 단순한 신학적 논쟁을 넘어, 종교의 근본을 흔드는 도전으로 다가옵니다.

연극 크리스천스(2024)_두산아트센터

작품은 폴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과의 갈등을 통해 믿음, 공동체, 그리고 개인의 신념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펼칩니다. 부목사 조슈아와의 교리 논쟁, 장로 제이와 교인 제니와의 교회 운영 및 재정에 관한 갈등, 그리고 아내 엘리자베스와의 가정 내 믿음의 충돌 등을 통해 종교가 개인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작품이 단순히 종교적 주제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종교와 자본의 관계, 공동체의 형성과 유지, 개인의 신념과 책임 사이의 갈등 등 보편적인 주제로 확장되어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사유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무대 구성 또한 이러한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합니다. 교회 연단을 연상시키는 무대 오른쪽의 단상, 그리고 창틀 사이로 스며드는 한 줄기 빛은 종교적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동시에 관객들에게 일정한 거리감을 제공하여 객관적 시각을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에서 내려다보면 무대가 삽지가 형태로 되어 있다

'크리스천스'는 관객들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의 근원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믿음이 흔들릴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폴의 행동이 옳았는지, 그른지를 단순히 판단하기보다는,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의 신념과 그것이 우리 주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결국 이 작품은 종교라는 렌즈를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고민과 갈등을 탐구합니다. 믿음, 의심, 변화, 그리고 그에 따른 대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거울이 되어줍니다. '크리스천스'는 단순한 종교극을 넘어서, 우리 모두가 가진 신념과 그 신념이 세상과 만나는 지점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하는 뜻깊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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