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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 배틀 에프터 어나더]

5편_클라이맥스의 롤러코스터: 서스펜스와 개연성의 딜레마

by 김형범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산악 도로 추격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동시에 가장 명확한 약점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이 시퀀스는 관객의 숨을 멎게 할 만큼 롤러코스터처럼 격렬하게 촬영되어, 관객이 다음 순간을 예측할 수 없도록 가슴을 졸이는 극한의 서스펜스를 선사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순수한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화는 최소한의 개연성과 정보 전달의 명확성 일부를 의도적으로 희생하는 과감한 선택을 합니다.


이 추격 장면이 선사하는 장점은 명확합니다. 윌라가 아반티의 차를 몰고 도주하고, 뒤이어 숙청 임무를 맡은 팀 스미스가 머스탱 GT500을 타고 맹렬히 추격하는 구도는, 두 대의 머슬카가 굽이치는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순도 높은 액션 스릴을 제공합니다. 특히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이 장면을 관람했을 때, 광활한 화면비 속에 펼쳐지는 속도감과 위험천만한 구도는, 서사의 논리적 흐름을 따질 새도 없이 관객을 영화 속으로 빨아들입니다. 감독은 이처럼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통해 관객을 '지금-여기'의 긴장감 속에 붙잡아 두는 데 완벽하게 성공합니다.


그러나 이 서스펜스의 성공은 곧 내용상의 약점으로 이어집니다. 극한의 서스펜스를 유지하기 위해, 영화는 일련의 사건들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매우 불친절하게, 혹은 생략해 버립니다. 클라이맥스 직전, 윌라가 구사일생으로 용병들을 해치우고 아반티의 차를 손에 넣어 도주하게 된 과정이나, 뒤이어 스미스가 윌라를 어떻게 곧바로 찾아내 쫓아가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연결고리가 부족합니다.


가장 큰 개연성의 구멍은 주인공 밥 퍼거슨의 재등장입니다. 록조가 전복된 차를 뒤로 하고 윌라의 행방을 찾던 밥이, 광활한 도로망 위에서 어떻게 스미스의 차와 윌라의 차를 발견하고 추격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는지는 관객에게 직관적으로 제시되지 않습니다. 물론 밥이 윌라의 식별 장치를 가지고 있었을 수는 있으나, 클라이맥스에서 그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거나, 혹은 관객이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미미하게 작동했다는 묘사 때문에, 밥의 등장은 '이야기의 필요성(Story Necessity)'에 의해 우연에 의존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만약 관객이 액션의 몰입에 완전히 성공했다면, 이러한 개연성의 약점은 '영화적 허용'으로 간주되며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사에 집중했던 관객에게 이 부분은 분명 가장 큰 논리적 약점으로 다가옵니다. 감독은 롤러코스터 같은 촬영 기법과 편집으로 서스펜스의 쾌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렸지만, 그 대가로 '왜 밥이 거기에 있었는가'라는 핵심적인 질문에 대한 설득력을 희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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