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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Jul 25. 2024

국경을 넘어선 불평등: 글로벌 시대의 새로운 위기

인류의 위기 시리즈 4편

"그렇다고 탄소를 배출할 권리가 있는 거냐고요? 산업혁명 이후 환경을 해왔던 선진국들이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게 말이 됩니까?"


https://youtu.be/-YYjXPHJ_qE?si=jtjm_KauUWZpB2hE

BBC와의 인터뷰에서 언쟁을 벌인 가이아나 대통령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이아나의 이르판 알리 대통령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인구 80만 명의 작은 남미 국가 가이아나는 최근 대규모 유전 발견으로 경제적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환경 문제를 이유로 이를 견제하고 있죠. 이 작은 사건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바로 글로벌 불평등의 문제입니다.


자본주의는 끊임없는 성장과 이윤 추구를 통해 인류에게 전례 없는 번영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깊어가는 불평등의 골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불평등이 주로 한 국가 내에서 발생했고,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불평등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더 이상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국적 기업들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가장 이익이 되는 곳에서 사업을 영위합니다. 노동력은 싼 곳에서 생산하고, 세금은 적은 곳에서 납부하죠. 이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의 노동자들은 착취당하고, 선진국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가 간 불평등입니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합니다. 환경 보호, 인권, 지적재산권 등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이아나의 사례처럼, 후발 주자들이 경제 발전을 꿈꿀 때마다 선진국들은 '지구의 미래'를 내세워 이를 저지하려 합니다. 그들은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환경 파괴는 눈감으면서 말이죠. 이는 또 다른 형태의 경제적 식민지배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 시스템도 이러한 글로벌 불평등을 심화시킵니다. 국제 금융시장은 선진국 중심으로 움직이며, 개발도상국들은 그저 주어진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환율 변동, 국제 신용평가, 외국인 투자 등 모든 것이 선진국에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죠. 예를 들어, 작은 개발도상국의 경제 위기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질 수 있지만, 그 해결책은 항상 선진국들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차원의 불평등은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한 국가가 불평등 해소를 위해 기업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려 하면, 기업들은 곧바로 다른 나라로 이전해 버립니다. 노동권을 강화하려 하면, 기업들은 더 값싼 노동력을 찾아 떠나죠. 이는 각국 정부가 '바닥을 향한 경주'를 하게 만듭니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동권을 약화시키고,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낮추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가다간 어떻게 될까요?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사회적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입니다. 국가 간, 계층 간 갈등은 테러리즘, 극단주의, 포퓰리즘의 온상이 됩니다. 이는 결국 우리 모두의 안전과 번영을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전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협력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글로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욱 분열되고 갈등이 심화된 세상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반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다면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협력 체제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이 문제는 국제적인 협력과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없이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공정한 국제 무역 규칙, 글로벌 기업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 조세 회피처 폐지, 개발도상국에 대한 실질적인 기술 이전 등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협력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국제기구, 시민사회, 양심적인 기업들이 힘을 모으고 있죠. 우리 모두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보다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불평등한 세상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국가 간, 계층 간 격차를 줄이고, 모두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새로운 글로벌 경제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세대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이자,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대적 사명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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