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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Jul 24. 2024

기술 혁명의 양면성: 구원인가, 재앙인가?

인류의 위기 시리즈 3편

우리는 종종 기술의 발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환상에 빠집니다. 특히 환경 문제에 있어서 그렇죠. 전기차가 대기오염을 줄여줄 것이고, 신재생 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것이며, 인공지능이 효율적인 자원 관리를 가능케 할 거라고 믿습니다. 이러한 기대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습니다. 실제로 기술의 발전은 많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공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배터리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태양광 패널 제조 시 발생하는 유해 물질, 그리고 끊임없이 증가하는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소비 등이 그 예입니다. 우리가 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마다, 다른 문제가 그 자리를 메우는 듯합니다. 이는 마치 환경 문제라는 거대한 풍선을 누르는 것과 같습니다.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말이죠.


전기차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전기차는 주행 중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도시의 대기질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과 코발트의 채굴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 파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수명이 다한 배터리의 재활용 문제도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는 대기오염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원 고갈과 폐기물 처리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도 비슷한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태양광 패널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유해 물질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더욱이 태양광 패널의 수명이 다하면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환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은 어떨까요? AI는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AI 자체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전력량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복잡한 AI 모델 하나를 훈련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자동차 5대의 평생 주행거리에 해당하는 탄소를 배출한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기술 발전의 속도입니다. 무어의 법칙을 들어보셨나요? 컴퓨터의 성능이 약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입니다. 이제 이 법칙은 컴퓨터를 넘어 거의 모든 기술 분야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 모든 분야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죠. 이러한 급격한 발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도 안겨줍니다.


이 엄청난 속도는 우리에게 두 가지 큰 과제를 안겨줍니다. 첫째, 우리가 이 기술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이 이미 체스와 바둑에서 인간을 압도했듯이, 머지않아 우리의 이해 범위를 벗어난 결정을 내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는 단순히 게임의 승패를 넘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가 의료 진단이나 법정 판결에 활용된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그 결정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고 검증할 수 있을까요?


둘째, 이 급격한 변화에 우리 사회와 제도가 따라갈 수 있을까요? 법과 윤리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우리는 이미 목격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자율주행차의 사고 책임, AI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등 새로운 기술이 제기하는 윤리적, 법적 문제들에 대해 우리 사회는 아직 명확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술의 발전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기술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인류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환경 모니터링 기술은 우리가 기후 변화를 더 잘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해주고, 에너지 효율 기술은 자원 낭비를 줄여줍니다. 또한 의료 기술의 발전은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죠.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활용한 질병 진단 기술은 의료진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관건은 우리가 이 기술을 어떻게 다루느냐입니다. 기술 발전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 인간입니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과학자나 기술자들의 몫이 아닙니다. 정책 입안자, 기업가, 그리고 모든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야 할 과제입니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단순히 경제 성장을 유지하면서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현재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미래 세대의 필요를 해치지 않는 발전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과 환경 보호, 그리고 사회적 형평성이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몇 가지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습니다. 첫째,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환경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책임 있는 혁신' 개념을 도입해야 합니다. 둘째, 순환 경제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자원의 재사용과 재활용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셋째, 기술의 혜택이 사회 전체에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선택이 필요합니다. 기술을 맹목적으로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술을 현명하게 활용할 것인가?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는 바로 이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놀랍고 복잡할 것입니다. 그 미래가 희망찬 것이 될지, 아니면 두려운 것이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기술의 힘을 인지하고, 그것을 지혜롭게 다루어야 합니다.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인류의 발전을 이루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세대에 주어진 위대한 과제입니다. 여러분은 이 과제에 어떻게 참여하시겠습니까?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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