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가 떠났다

충주시 유튜브 논란으로 바라본 혁신과 시스템

by 김형범

유명한 축구 선수가 팀을 옮기면 그 팀의 팬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광경을 보곤 합니다. 최근 공무원 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백만 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보유하며 지자체 홍보의 신화로 불리던 충주시 유튜브의 주인공, 김선태 전 주무관이 퇴직을 선언하자 채널의 구독자가 순식간에 이십만 명 넘게 빠져나간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현상을 두고 한국 사람이 손흥민의 팬이었지 토트넘의 팬이었던 적이 있느냐는 비유를 들며, 조직이 아닌 개인의 역량에 환호했던 대중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흥미로운 해프닝의 이면에는 공무원 사회라는 견고한 성벽 내부에서 터져 나온 복잡하고도 씁쓸한 갈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 편의 글이었습니다. 김 전 주무관의 성과를 두고 마우스 클릭 한 번, 이른바 ‘딸깍’ 하나로 이뤄낸 운 좋은 결과일 뿐이라며 폄훼하고 시기하는 반응이 쏟아진 것입니다. 이러한 시선은 곧바로 대중의 공분을 샀고, 이는 다시 공무원 조직 전체의 무사안일함과 복지부동을 비난하는 댓글 전쟁으로 번졌습니다. 혁신을 이룬 개인과 그를 시기하는 집단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가 형성된 셈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하는 공무원 사회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이 갈등은 단순히 개인의 성품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모순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공무원은 누구보다 많은 일을 수행하는 집단입니다. 다만 그들의 업무는 실적보다는 국가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와 무관한 잡무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일 처리 방식조차 사고를 방지하고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그들 나름의 엄격한 규율과 시스템의 산물입니다. 충주시 유튜브가 그동안 사랑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공무원의 열악한 처우와 힘든 업무 환경을 자조적이면서도 솔직하게 영상에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비효율을 감내해야 하는 이들의 숙명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했던 것입니다.


이런 경직된 구조 안에서 김 전 주무관이 보여준 파격적인 행보와 그에 따른 고속 승진은 분명 빛나는 성과였지만, 동시에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던 동료들에게는 양날의 검과 같았습니다. 혁신가가 자리 잡기 힘든 구조적 한계 속에서 누군가의 특별한 성공은, 매뉴얼을 따르며 소모적인 잡무를 견뎌온 대다수 공무원에게 자신의 성실함을 부정당하는 듯한 상대적 박탈감을 안겼을지 모릅니다. 이번 퇴직을 둘러싼 시기와 질투는 어쩌면 개인의 천재성을 조직의 시스템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채 외로운 영웅으로만 남겨두었던 관료 사회의 한계가 터져 나온 파편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소용돌이 가운데 충주시 유튜브에 하나의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설날 연휴에도 쉼 없이 올라온 짧은 영상 속에는 드라마 추노의 주인공 분장을 한 채 꾸역꾸역 음식을 먹으며 자리를 지키는 공무원이 등장합니다. 김 전 주무관이라는 거대한 상징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혁신’이라는 무거운 짐을 고스란히 떠안은 남겨진 뉴미디어 홍보 담당자의 처지가 그대로 투영된 모습이었습니다. 박수받으며 떠난 이의 발자취를 따라야 한다는 압박감과 여전히 비효율적인 시스템 안에서 홀로 분투해야 하는 공무원의 숙명이 50초도 안 되는 짧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https://youtu.be/nGWWkhWBk6E?si=bec4qcGntoKOEaNP

지금 벌어지는 논란은 우리 사회가 가진 효율성에 대한 갈망과 시스템의 보수성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발생한 파열음입니다. 언론은 자극적인 보도로 무능한 집단과 혁신적인 개인의 싸움을 부추기고 있으며, 대중의 시선은 어느덧 한쪽을 향한 비난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멈춰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아야 합니다.

혁신가 한 명의 퇴장을 조직 전체의 무능으로 몰아세우는 것이, 혹은 시스템을 지탱하는 이들의 헌신을 단순히 시기심으로만 격하시키는 것이 과연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일까요?

비효율 속에서도 묵묵히 세상을 돌리는 이들의 가치와 파격적인 혁신의 에너지를 우리 사회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품어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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