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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Jul 29. 2024

풍요의 시대가 저문다: 신용과 유통의 위기

인류의 위기 시리즈 7편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슈퍼마켓 진열대는 세계 각지에서 온 상품들로 가득 차 있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거의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풍요는 어떻게 가능해진 걸까요? 그 핵심에는 '신용'과 '유통'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신용은 현대 경제의 근간입니다. 우리는 현금이 없어도 신용카드로 물건을 살 수 있고, 기업은 미래의 수익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국가 간 거래도 대부분 신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모든 것은 '미래에 대한 약속'을 전제로 합니다.


유통은 이러한 신용 시스템을 실제 물질적 풍요로 연결하는 고리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복잡한 공급망을 통해 원자재는 공장으로, 완제품은 소비자에게로 이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과 지식, 그리고 자본이 투입됩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생각보다 취약할 수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신용 시스템의 붕괴가 얼마나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큰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주요 생산지와 운송 경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갈등은 국가 간 무역을 저해하고 있으며, 사이버 공격은 금융 시스템과 물류 네트워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자원 고갈 문제도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위협이 현실화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극단적인 시나리오는 영화 '매드맥스'에서 본 것과 같은 혼란한 세상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신용 시스템이 무너지면 화폐는 가치를 잃고, 물물교환이 다시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글로벌 유통망이 붕괴되면 식량과 생필품의 공급이 끊겨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과장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풍요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의 풍요는 마치 모래 위에 지어진 집과 같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견고해 보이지만, 그 기반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불안정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풍요'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과연 현재의 물질적 풍요가 진정한 의미의 풍요일까요? 끊임없는 소비와 성장만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진정한 풍요란 단순히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것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감사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물질적인 것을 넘어, 건강한 관계, 의미 있는 삶의 목적,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 등을 포함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공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개인적으로 소유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필요한 것을 공동체와 함께 나누고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자원의 효율적 사용뿐만 아니라, 공동체 의식의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속 가능성 또한 새로운 풍요의 핵심 요소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풍요가 미래 세대의 희생 위에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풍요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환경과 미래 세대를 고려한 책임 있는 생산과 소비 방식을 모색해야 합니다.


신용과 유통의 위기는 우리에게 경고이자 기회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과 삶의 방식을 돌아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풍요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우리가 진정한 풍요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고, 더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찾아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이는 더 공정하고 조화로운 새로운 풍요의 시대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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