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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ang Jul 14. 2024

[취미는 사랑]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과 결혼하세요.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라는 말을 주변 결혼 선배님들과 유튜브 스승님들께서 항상 강조하신 말씀이다. 그렇다면 나는? 말을 잘한다는 얘기는 꽤 들었지만, 말을 예쁘게 한다는 말은 그다지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말을 잘하는 것과 예쁘게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얘기다.

기승전결이 있고 논리가 맞아도 뾰족하게 말을 하거나 듣는 이가 불쾌하다면 예쁘게 말했다고는 못하지 않을까.


내가 남편과의 결혼을 결심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은 그의 말투였다.


결혼 전 지금의 남편이 내 자취집에 놀러 오면 긴 머리카락이 바닥을 덮고 있을 때가 꽤 많았다. 난 청소에 큰 흥미도 없고 불편하지도 않았고.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당근에서 청소기를 사오더니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청소기를 돌리더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 @@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보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네."라면서 머리카락을 정리해 줬다.

그는 단 한 번도 머리카락 치워라, 지저분하다는 핀잔을 준 적이 없다. 당연히 내가 청소를 제대로 못한 게 잘못이고 부끄러운 일인데, 민망하지 않게 말해주니 청소에 신경을 쓰게 됐다.

결혼 후 함께 살면서 각자의 강점을 살려 집안일을 나눠 할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한 후에도 남편의 말투덕에 많이 배우고 있다.


✔️ 많은 가사 일 중에 요리는 남편이 주담당이다. 워낙 요리를 좋아하고 음식에 관심이 많아서 사귈 때도 다양한 음식을 해주었다. 아무리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그라도 가끔은 누가 해주는 음식이 먹고 싶기 마련인가 보다.

이럴 때 말 예쁘게 하기 고수인 우리 남편은 "**아 오늘은 네가 솜씨 발휘 해볼래~?" 라고 한다. 너는 왜 요리를 은하냐,라며 핀잔주거나 명령조로 얘기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니 없는 솜씨도 쥐어짜서 해줘야지! 마음먹고 팔소매를 걷는다.  


✔️ 퇴근하고 필라테스 수업을 하러 가는데, 간혹 시간 계산을 잘 못해 집에 가서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을 때가 있다. 퇴근시간이 나보다 빠른 남편에게 SOS를 치곤 한다. 운동복 심부름을 시켜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면 남편은 "얼굴 일찍 보니까 좋지."라고 말을 해준다. 이래서 내가 자꾸 운동복을 갖다 달라고 하는 것 인가!


✔️ 워크숍에서 상품으로 음식 상품권을 받아왔다. 뽑기로 3만 원 권, 5만 원 중에 한 개를 뽑았는데 3만 원을 뽑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때도 남편은 "아니야, 둘이 먹는데 5만 원 채워서 시키는 것도 일이야."라며 주말에 맛있는 것 시켜 먹자고 웃어넘긴다.


이런 남편의 말들로 예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결혼 전 언니에게 남편을 소개해준 적이 있다. 조카들과 남편이 레고 하는 모습을 본 후 언니는 내게 슬쩍 "애들이랑 얘기하는 거 보니까 긍정적인 사람 같다."라고 얘기했었다. 언니의 말이 그와의 결혼에 대한 생각이 조금 더 확고해졌다.


결혼 전에는 정말 많은 고민과 나름의 검증을 할 수밖에 없다. 검증의 검증 중 중요한 것이 바로 말투이다. 싱글들이여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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