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해 처음으로 음식을 만든 날

떡볶이는 포기 못 해! 1편

by Orang

중학생 때 나는 14층에 살았고 친구 효진이는 13층에 살았다. 그 시절의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의 집을 오갔다. 특별한 약속이 없어도 그냥 심심하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날은 우리 집에서 숙제를 하던 중이었나, 오후가 되어 출출해졌다.


“뭐 좀 먹을까?”

냉동실을 열어보니, 엄마가 얼려둔 떡국떡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나는 떡볶이를 유난히 좋아해 집에 가래떡이든 떡국떡이 있으면 혼자서도 떡볶이를 해 먹곤 했다. 중학생의 솜씨치고는 제법 자신이 있었다.

떡을 꺼내 물에 잠깐 담그고, 양파와 파를 썰었다. 고추장, 고춧가루, 마늘, 설탕을 넣고 보글보글 끓이다가 마지막에 슬라이스 치즈 한 장을 올렸다.


그럴듯한 냄새에도 “네가 만들면 뭐 얼마나 맛있겠어.”라며 효진이는 반신반의하는 얼굴이었다. 떡볶이가 완성되고 기대없이 한 입을 먹더니, 눈이 동그래졌다. 말없이 한 번 더 먹고, 또 먹고 먹고. 우리는 냄비 바닥에 남은 소스와 눌어붙은 떡까지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먹으며 입맛을 다셨다.


며칠 뒤, 효진이에게 전화가 왔다.

“나 떡볶이 재료 다 사놨는데,

우리집에 내려와서 떡볶이 좀 해줄래?”

그럼그렇지~ 내 떡볶이 맛을 못있었구만. 13층, 효진이로 내려갔다.

남의 집 부엌에서 음식을 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괜히 싱크대 앞에 서는 것도 어색하고 냄비를 꺼내는 손이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익숙한 순서대로 나만의 레시피로 떡볶이를 만들었다. 그날은 효진이네 어머니가 외출 중이셨고 식탁에는 우리 둘과, 다섯 살 어린 효진이 막냇동생이 함께 앉았다. 아무래도 꼬마가 있으니 덜 맵게 더 달게 만들어봤다. 치즈도 2장이나 넣었다.

“나도! 나도!” 입맛에 맞았던지 막내는 떡을 집어 먹으며 연신 소리를 냈고 효진이도 “진짜 맛있다”며 엄지를 번쩍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단발머리 중학생이 만든 떡볶이가 뭐 얼마나 대단했겠나.


20년이 훌쩍 지난 일인데도 효진이네 집 부엌에서 깔깔거리며 떡볶이를 먹던 모습은 아직도 또렷하다.

우리 엄마 아빠는 맞벌이였고, 언니와는 나이 차이가 커서 낮 시간 대부분을 혼자 보냈다.

그래서였을까. 효진이와 그 집 막냇동생까지 셋이 둘러앉아 내가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던 그 식탁이 유난히 따뜻하고 즐겁게 느껴진다. 지금도 떡볶이만큼은 꽤 자신 있다. 아마 그날의 떡볶이 덕이지 싶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해주었던 기억이 행복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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