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판뚜 May 03. 2019

친구가 개발자를 찾아와 아이디어를 늘어놓았다

비개발자에게 개발자의 일을 설명하기

다른 글에서 말씀드렸던 처럼 저는 개발자입니다.

그중에서도 웹 서버 개발자입니다.

이 세계에 몇 년 발을 담그다 보니 웹 서버가 아닌 다른 개발 분야라도 대충 감이 옵니다.
"쉽다. 어렵다.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정도의 판단입니다.


제가 아싸여서 친구가 몇 없습니다만 한 친구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 친구는 문과 출신 친구이며 당연히 개발에 대해서는 1도 모릅니다.

친구 : 좋은 아이디어가 하나 있어. 쇼핑몰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인데..


요약하면, 고 수준의 영상처리를 이용한 아이디어였습니다.
(물론 앱 자체는 영상처리입니다만 그 친구는 증강현실, 가상현실, 쇼핑몰과의 제휴를 통한 판매 등등 아주 큰 그림을 그려왔더군요)

나 : 아이디어는 괜찮은 거 같아. 근데 이거.. 난 못 만들어.. 이거 적어도 n명 이상의 회사 규모야..

친구 : ??  




어디서부터 얘길 해줘야 할까..


항상 느끼는 거지만 비개발자에게 개발자의 일을 설명해주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친구나 가족을 만날 때 항상 아래와 같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지인 : 너는 그 회사에서 대체 무슨 일 해?

나 : (음.. 난 xxxx앱 더보기에 있는 한 서비스에서 서버 개발을 하는데 그..걸 ...그...)

(설명 포기)
나 : 걍 xxx관련 일 해요

저의 업무를 설명하느니 걍 포기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매번 합니다.

물론 이번에 그 친구와의 대화도 이런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전 꼭 설명을 해줘야만 했습니다.

각 분야에 1명씩만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서비스 기획자 1명, 앱 디자이너 1명

안드로이드, 아이폰, 서버 개발자 각 1명씩

앱 개발자와는 별개로 영상처리 쪽을 다룰 줄 아는 인력 최소 1명.

분야별로 1명씩 쳐도 최소 6명은 필요한데.. 1명씩으로는 어렵다고 볼 수 있고,
그중에 석박사 이상의 영상처리 전문가는 고급인력이니 구하기도 어렵지.

제가 주저리주저리 열심히 답을 해줬습니다만..

친구 : 그거 그냥 네가 다 하면 되는 거 아냐?

나 : ???
...
친구 : 얼굴인식은 위에 작은 구멍 2개랑 밑에 큰 구멍 1개 있으면 되는 거 아냐?

나 : ...

저는 이후에도 이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설명을 해줬으나 전혀 이해를 못하더군요.

친구 : 이거 개발 1도 모르는 내가 배우면 몇 년이면 가능할 것 같아?

나 : .......

저는 그 친구를 황급히 집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며


저는 비개발자를 무시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저는 비개발자들에게 쉽게 설명을 해주고 싶은 사람입니다만 일단 저 날도 실패했습니다. 제가 비개발자들에게 쉽게 설명해주려고 노력하듯이 개발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비개발자들도 작게나마 개발에 대한 이해를 하고 간다면 대화하기가 수월할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개발자 커플의 기념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