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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뚜 May 06. 2019

개발자 때문에 상처 받은 디자이너

이 글은 개발자와 타 직군 간의 갈등을 조장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다 같이 이해하며 좋은 퍼포먼스를 내보자는 취지의 한 사례일 뿐입니다. ^^




같은 회사에 친한 디자이너 친구가 있습니다.
그 분과 점심을 같이 먹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내더군요.

내가 진짜 잘못한 거야? 그 말 듣고 어제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어.




자초지종을 들어봤습니다.


그분은 현재 앱 개발자와 협업 중입니다.
이번에 좀 큰 스펙이 들어가다 보니 기획-개발-디자이너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하소연을 많이 듣고 있던 터라 많이 힘들어 보이긴 했습니다.


아무튼 거의 앱 개발 막바지였는데요.
개발 마무리 시점에 UX 테스트를 하던 중 꼭 고쳐야 할 것 같은 부분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개선사항을 요청하러 개발자에게 찾아갔는데..

디자이너 : 이거 약간만 요래 요래 수정 가능할까요?

앱개발자 : (정색) 왜 자꾸 이렇게 일을 찔끔찔끔 주는 거예요?

디자이너 : ..... (ㅠㅠ)




또 다른 진심


디자이너의 서운함은 백번 이해가 갑니다. 어쨌거나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기 때문이죠. 그것을 디벨롭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기획, 디자인은 이처럼 개발 중에 개선점을 발견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개발이 완벽하지 못한 것처럼 기획도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그 개발자를 비난하면서 위로를 해줬습니다. 


하지만 전 개발자입니다.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왜냐면 저 앱 개발자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기 때문이죠. (물론 눈치 없이 개발자 편을 들진 않았습니다. 속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사실 개발자 입장에서는 그 스펙 한 개만 챙기는 게 아닙니다. 여러 요소가 개발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죠. 퍼즐을 맞추다 보면 다 맞았는데 한 개만 뒤바뀐 경우를 겪어보셨을 텐데요. 개발도 같습니다. 여러 요소들을 추가하는데 로직상이든, UI상이든 그 여러 요소들 때문에 자잘하게 어긋나는 현상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개발 막바지인 이 타이밍이라면 그것을 전부 해결한 후 코드 프리징을 앞두고 있었을 겁니다.




서로의 기분은 어땠을까


초등학교에 다니는 개발이는 방과 후 학원을 가야 하는데요. 하교 전 모든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그래야 학원에서 안 혼나니까요. 그렇게 자기 자리에 있는 책, 필통, 공책 등을 가방에 바리바리 쌉니다. 가방을 메고 교실 문 밖을 나가려는 찰나..

디자니 : 야 개발이야! 아까 연필 빌려준 거 고마웠어! 지금 줄게!

개발이 : (ㅡㅡ... 왜 그걸 지금.....) 그.. 그래..

아마 학창 시절에 이런 경험들 많이 있으실 겁니다. 가방 다 싸고 집에 가려고 하면, 그때 빌린 걸 돌려주는 친구. 그래서 가방을 다시 풀고 필통에 연필을 넣고 다시 가방을 쌉니다. 이제 진짜 나가려는 찰나...

디자니 : 아 맞다. 지우개도 빌렸었지 ㅎㅎ 잘 썼어! 지금 줄게!

개발이 : (아놔..) 넌 왜 그걸 지금 시점에 찔끔찔끔 주는 거야..?

디자니 : (....... 돌려준 게 잘못인가..)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앱 개발자의 기분은 이랬을 겁니다.




마치며


전 누가 잘못했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이런 현상은 기획-디자인-개발자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때 때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사실 협업을 위해서는 이 직군들이 같은 조직에서 긴밀하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이 직군들은 기획팀, 디자인팀, 개발팀 소속으로 따로 관리되는 게 일반적이죠. 커뮤니케이션 장벽이 높아지는 이 문제는 항상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 디자이너는 정말 실력도 좋고 업무에 임하는 태도도 좋아서 제가 참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잘하려고 한 건데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은 이 분위기에 친구는 기분이 상했던 것이죠. 물론 조직 구조 현실상 상시적 긴밀한 협조는 어렵겠습니다만 단순한 수정으로 인해 사용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면 그 개발자도 좋게 받아줬다면 좋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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