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집돌이입니다. 여자 친구도 집순이입니다. 집 밖에 잘 안 나갑니다. 그래서 데이트도 주로 집에서 합니다. 근데 집에서 딱히 하는 일도 없습니다. 밥 챙겨 먹고, tv 보고, 유튜브 보고, 가끔 닌텐도 스위치로 게임하고, 요즘은 블로그에 글도 좀 쓰고요. 이게 집에서 하는 일의 대부분입니다.
오랜만에 명절에 친척을 만났습니다. 작은아버지와 나눈 대화입니다.
"넌 데이트할 때 뭐하니?"
"그냥 집에서 놀아요. 돌아다니는걸 안 좋아해서.."
"젊은이가 그렇게 인생의 에너지를 낭비하면 되겠니.. 쯧쯧"
주말이 지나고 회사에서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주말에 뭐 하셨어요?"
"저 그냥 집에서 아무것도 안 했어요."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진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작은아버지의 생각과 저에게 주말 근황을 물어본 분 분의 생각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집안에서 쉬지 않고 밖으로 나가 노는 게 오히려 에너지 낭비라고 느껴집니다. 휴일 집에서의 휴식이야 말로 평일에 일을 잘하기 위한 에너지 충전인 셈이죠.
왜 집돌이, 집순이들을 부정적으로 볼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는 현상을 표현할 그럴싸한 "용어"가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JAVA에는 POJO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마틴 파울러가 지어낸 용어입니다.
POJO를 이해하려면 POJO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POJO는 마틴 파울러가 2000년 가을에 열렸던 어느 컨퍼런스의 발표를 준비하면서 처음 만들어낸 말이다. 마틴 파울러는 EJB(Enterprise JavaBean)보다는 단순한 자바 오브젝트에 도메인 로직을 넣어 사용하는 것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데도 왜 사람들이 그 EJB가 아닌 ‘평범한 자바 오브젝트’를 사용하기를 꺼려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그는 단순한 오브젝트에는 EJB와 같은 그럴듯한 이름이 없어서 그 사용을 주저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만든 단어가 POJO라는 용어인 것이다. POJO 기반의 기술을 사용한다고 말하면 왠지 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앞선 개발자인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마치 이런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요즘은 많은 상황에 쓰이는 단어가 있습니다. "힐링"입니다. "집에서 아무것도 안 했어요."라는 말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건 좀 있어 보입니다.
집에서 쉬는 게 저의 힐링 방식이에요.
집에서의 힐링이 제 인생의 낙이에요.
아니면 90년대 아이돌 그룹이 많이 사용했던 단어가 있습니다.
저희는 1집 활동을 마치고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사실 저한테 누가 뭐라고 하든 말든 신경 안 씁니다. 전 그냥 집에 있는 게 좋으니까요. 다만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시키기 위해선 있어 보이게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힐링한다. '혹은 "재충전 중." (변명도 가지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