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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뚜 Jul 10. 2019

기획자의 워크샵 vs 개발자의 워크샵

저는 판교에서 일하는 개발자입니다. 개발자치고 진지한 개발 관련 글은 아직까지 쓴 적이 없는데요. 이번 글 역시 그렇습니다. 워크샵(플레이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워크샵(플레이샵)


사실 두 종류의 워크샵이 있습니다. 하나는 말 그대로 진짜 워크샵입니다. 앞으로의 일감에 대한 논의라던지, 상반기에 했던 일들을 리뷰한다던지 등의 '일'의 관점에서의 행사입니다.


다른 하나는 팀의 단합을 위한 워크샵 입니다. 저흰 '플레이샵'이라고 부릅니다. 대학생의 용어로 MT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는 말 그대로 놀고 오는 건데요. 저희 회사의 경우 1년에 2회까지만 보내줍니다. (상반기, 하반기) 오늘 쓸 글은 이 플레이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 혼자 노는 거야 아무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면 그만입니다만, 플레이샵의 경우 아무래도 팀 차원에서 움직이다 보니 철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어디를 가서, 뭘 먹고, 먹고 난 후 뭐하고 놀고, 놀면서 진행할 프로그램은 뭐고, 잠은 어떻게 자고 등등의 계획을 세웁니다.


주로 팀의 막내들이 계획하느라 고생을 하곤 하지만, 저희 회사의 경우 꼭 그렇진 않습니다. 재밌는 생각이 있는 사람 아무나 계획을 하곤 하죠. 그런데 이게 누가 계획을 하느냐에 따라 정말 극단적으로 달라집니다.


뭐 100% 맞다고 볼 순 없겠지만 대체로 기획자들은 외향적이고 말수가 많으며 체험을 좋아합니다. 개발자들은 내향적이고 말수가 적으며 귀찮은 것을 싫어합니다.




기획자의 워크샵


일단 기획자가 설계한 워크샵은 일정이 빽빽하고 할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멀리 갑니다. 아래는 최근 옆팀에서 진행하는 워크샵에 대해 들은 정보입니다.

장소는 동해바다 (근처로 가면 새벽에 도망갈까 봐 멀리 감)

팀을 짠다. 이 팀으로 차량 이동도 같이하고 술 게임도 같이하고 모든 활동 같이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장을 보고 먹고 싶은걸 바리바리 사 온다.

숙소에 얼른 보관하고 바로 서핑을 하러 간다.

미술 체험형 박물관에 가서 체험을 거나 전시를 본다.

ATV를 타러 간다.

자신의 유년기 사진, 현재 사진, 사무실 자리 사진, 신발 사진 등을 제출한다. (간단한 크리에이션 퀴즈에 사용)

좋아하는 가수, 취미,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적어 제출한다. (역시 퀴즈에 사용)

대충 봐도 하는 일이 많고 준비물도 많고 그렇습니다.




개발자의 워크샵


개발자의 워크샵은 이와는 상반됩니다. 아래는 저희 팀의 작년 하반기 워크샵 계획입니다.

점심에 잠실 롯데 호텔 뷔페에서 집결.

식사 후 근처 방탈출 카페에서 게임. (2회)

다시 잠실 롯데월드 타워로 돌아와 전망대 관람.

갈 사람들 집에 다 가고 남은 사람들끼리 술.

네 끝입니다. 방탈출을 제외하고는 그냥 먹는 게 끝입니다.


다른 예시를 들어보죠. 아래는 올해(2019년) 4월 말 진행했던 당일치기 워크샵 계획입니다.

회사 근처 CGV에서 어벤저스 엔드게임 관람.

(남는 시간에 커피.)

고깃집에서 저녁 및 술.

네, 끝입니다. 위 기획자의 워크샵에서는 도망갈까 봐 멀리 숙소를 잡았던 것과 상반되게 저흰 귀찮으니 그냥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갑니다.


또 다른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래는 지인이 속한 개발팀의 워크샵 계획입니다.

11시까지 에버랜드 정문에 집결.

네. 끝입니다.




마치며


전 개발자이기도 하고, 게다가 그중에서도 굉장히 귀찮은걸 싫어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냥 움직이는 게 귀찮네요. 아무튼 저와 성향이 맞는 사람들과 한 팀이 되어 무척 다행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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