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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미 Dec 28. 2022

Just with my hoodie on

ep136. meghan trainor - made you look


어느덧 2023년의 마지막 수플레. 수플레 시즌3의 마지막 글은 제가 마무리하게 되었네요.

올 한 해도 좋은 작가님들과 함께 수플레에서 여러 노래를 소개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지만 사실 전업 작가도, 자리에 앉기만 하면 글이 뚝딱 나오는 천재도 아니니,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 꾸준한 글쓰기가, 가끔 본업이나 다른 일들에 밀려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아쉽게도 수플레의 본래 목적인 ‘노래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하기보다, 그 당시에 가장 많이 하던 생각에 어울리는 노래를 가져다 붙인 적이 훨씬 많았다는 것도 인정해요.



오늘도 연말을 맞아 조금 뻔하지만 가장 하기 쉬운 이야기를 쓰다가, 시즌3의 마지막 수플레만큼은 본래 목적에 충실해보고 싶어 쓰던 내용을 지우고 새로운 창을 열었어요.

요즘 정말 많이 듣고 또 마음에 푹 와닿는 노래 하나를, 올해를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소개하고 싶어서요.


 



오늘 소개하는 곡은 이미 요즘 각종 챌린지로 너무 유명한 메간 트레이너의 ‘made you look’이에요.

이 노래를 사용한 댄스 챌린지도 유명하지만, 가사에 나오는 구찌, 루이비통, 베르사체 느낌에 맞춰 메이크업을 바꾸는 메이크업 챌린지는, 한번 보기 시작하면 몇 시간을 계속 찾아보게 되더라구요.


쏟아지는 챌린지 영상들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그 노래가 질릴 법도 한데 이상하게 이 노래는 그렇지가 않았어요.

특히 이 노래의 가사가 참 재치 있고 좋아서, 메간 트레이너의 공식 계정에 올라와있는 lyric 버전을 가져왔어요.


I could have my Gucci on (Gucci on)

난 내 구찌를 입을 수 있어

I could wear my Louis Vuitton

루이비통도 입을 수 있지

But even with nothin' on

하지만 굳이 그런 걸 걸치지 않아도

Bet I made you look (I made you look)

넌 날 쳐다보게 될 거야


Yeah, I look good in my Versace dress (take it off)

그래, 나 베르사체 드레스 잘 어울리는 거 알아

But I'm hotter when my morning hair's a mess

하지만 아침에 일어난 부스스한 머리가 난 더 매력 있어.


'Cause even with my hoodie on

심지어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어도

Bet I made you look (I made you look)

난 네 시선을 뺏을 수 있어



 

챌린지로 쓰이는 가장 유명한 소절의 가사를 가져왔어요. 그야말로 자존감 끝판왕스러운 가사죠.

이전에도 All about the bass 같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가사들로 유명한 메간 트레이너의 이번 노래도 내 모습은 그저 그대로 아름답다고 외치고 있어요.




노래 가사 속 ‘후디’는 내가 가장 편하게 입는 옷이에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는 편한 자리에 툭, 걸치고 나갈 수 있을 만큼 편안한 옷. 내 모습이 그냥 온전히 드러나는 옷.


이 편안한 후디는 외적인 모습뿐 아니라 내적인 모습에도 걸쳐질 수 있어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쓴 말투, 대화 주제 같은 것들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 내 생각이 보이는, 편안한 모습이죠.



’내가 이걸 하면, 이렇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그런 생각을 거의 안 하고 살았던 한해였던 것 같아요.

늘 안 그런 척 해도 누군가의 시선이나 평가를 굉장히 신경 쓰는 성격이었는데, 올해는 스스로가 그런 것들에서 가볍고 자유로워졌다는 걸 느껴요.


아마 올해는 내적으로도 후디를 뒤집어쓴 모양새로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잘 보이기 위해 애쓴 말투, 많이 쓰는 대화 주제, 매너 있는 적당한 리액션 같은 것들이 아닌, 그냥 “나”스러운 모습으로요.


재밌게도, 이 부스스한 후디 차림으로도 때론 누군가의 시선을 잡을 수 있더라고요.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여섯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음악에 조예가 깊거나 전문적으로 음악에 대해서 잘 아는 '음. 잘. 알'들은 아닙니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혼자만 듣기엔 아까운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 뿐이죠. 비가 오는 날엔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을, 너무 추워서 어딘가에 숨고 싶을 땐 숨어 듣기 좋은 음악을 한 편의 글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글에 담긴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읽어 내려가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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