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콰야(1991~)가 그린 어린 사람을 보고 나는 화들짝 놀랐다. 어눌한 모습을 한 어린 사람은 나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상대에게 마음을 읽힌 것처럼 투명해지는 경험은 충격이었다. 충격으로 투명해지는 형체를 간신히 붙들고 있는데, 노랫말이 잔잔히 들려왔다.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 노래는 나를 가리키며 투명한 사람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록 밴드 잔나비 2집 앨범 커버에 그려진 어린 사람과 타이틀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는 묘하게 어울렸다. 투명해진 나는 더 이상 숨길 것도, 지킬 것도 없었다. 덕분에 나를 내려놓고 그림 속 어린 사람과 온전히 대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