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박 25일, 꿈만 같았던 여행을 돌아보다.
내가 꿈을 꾸어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 꿈을 꾸어 내가 된 것인지,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도무지 모르겠나이다.
꿈만 같았던 25일간의 유럽여행을 마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시차 적응 때문이었을까? 열두어 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깨질듯한 두통과 함께 지난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느낌이다. 기억이 더욱 흐려지기 전에 이번 여행을 한 번 기록해보자.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모로코에서의 25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나라는 역시 스페인이었다. 실제로 가장 오래 머무르기도 했었고, 이번 여행의 계기가 된 곳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의 IE 비즈니스 스쿨에서 진행된 글로벌 네트워크 위크(GNW)에 참석하면서, 이번 여행이 시작되었다. 바쁘게 흘러가는 마드리드 도심 속 삶, 당시에는 당연한 줄 알았지만 지나고 보니 평범한 배낭여행객은 경험할 수 없는 도시 자체의 '날 것의 느낌'을 맛본 것 같아 너무 좋았다. 경복궁이나 명동을 통해 보는 서울의 삶도 좋지만, 여의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서울의 분위기가 있는 것처럼 내가 본 마드리드의 모습은 여행책자에 나오는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마드리드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다른걸 다 떠나서 호날두의 플레이를 직접 보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내게는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레알마드리드의 경기를 직접 보고 느낀점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마드리드에서의 긴 여정을 마친 후, 포르투갈의 포르투(오포르투)로 이동했다. 어쩌면, 본격적인 여행은 이 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워낙 작은 도시라 1박 2일의 일정이었음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동행이 없어서 조금은 외로웠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 외로움에 적응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동 루이스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도루 강의 절경, 포르투갈을 여행할 예정이라면 시간을 짜내서라도 포르투를 방문해야 할 이유다.
낮에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동 루이스 다리의 참모습을 발견하려면 반드시 야경을 봐야한다. 밤이 되면 더욱 화려해지는 동 루이스 다리, 지금 확인해보자!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찾았던 신트라. 리스본 근교의 도시로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곳이다. 하지만 리스본을 거쳐 포르투로 건너온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하나같이 신트라를 추천하는 것이었다.
아제나스 두마르에서부터 호카 곶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여행지로 가득 찬 곳이다. 리스본을 가시는 분들은 반드시 호카곶의 일몰을 감상하시길!!
아제나스 두 마르,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절벽마을은 뭐가 그리 수줍었는지 아름다운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새색시마냥 수줍게 돌린 얼굴을 겨우 확인했을때의 황홀함이란! 아래 링크에서 그때의 기분을 공유해 본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크게 기대했던 것은 바로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아프리카도, 이슬람 국가도 내게는 생전 처음으로 가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메르주가 사막에서의 하룻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겠지만, 모로코 여행 전반에 대한 인상은 사실 그리 좋지 않았다. 구글 맵에 비해 정확하지 않으면서도 팁을 요구하는 삐끼들과 저렴하지만 딱 그만큼의 시설만 갖춘 숙소, 복잡한 도로와 매연 등 지나고 나니 부정적인 기억이 더 많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니, 모로코 여행을 계획 중이신 분들은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모로코에서 세비야로 넘어온 뒤로는 날씨가 속을 썩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매년 부활절 즈음해서는 스페인에 항상 비가 온다는 것이었다. 이 때부터는 거의 한 시간에 한 번씩은 날씨를 체크했던 것 같다. 그 좋다는 스페인 광장도 흐린 날씨 탓에 제대로 카메라에 담아 올 수 없었고, 세비야 대성당에서는 뭐가 뭔지 몰라 벙찐 상태로 셔터만 눌러댔던 것 같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다시 방문해 세비야를 제대로 즐기리라...
스페인 남부의 작은 도시, 론다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당일치기로 찾는 곳이다. 예전에 꼬꼬마 시절, 관광산업에 대한 보고서를 쓰면서 언제 한 번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보고서에서 인용했던 '파라도르 론다'에서 1박을 했는데, 혼자였다는 것 말고는 완벽했던 1박 2일의 시간이었다. 흔히 누에보 다리와 절벽 말고는 볼 게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건 사실이다. 다만, 언제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조금씩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 함정. 당일치기로 여행하기에는 야경이 너무나 아까운 장소이기도 하다.
그라나다부터는 현지 가이드 투어를 적극 활용했다. 몇 년전, 이탈리아에서 만족도가 높았던 유로 자전거나라 투어를 이용했는데, 역시 자전거나라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현지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과 적절한 BGM은 알바이신 야경과 알함브라 궁전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훨씬 배가 시켜 주었다. 그라나다는 이슬람 건축물과 음료를 주문하면 안주를 공짜로 주는 '독특한 문화' 탓에 스페인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관광지이니, 여행 계획을 짤 때 빠트지리 않기를...
궂은 날씨 탓에 바르셀로나를 한 70% 정도 즐겼으려나...? 몬주익 언덕에 올라도 안개 밖에 없었고, 날씨 탓에 몬세라토 관광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바르셀로나는 이번 여행에서 세 손가락, 아니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만족도 높았던 도시 중 하나다. (총 방문 도시가 8개인 것은 함정) 평생 잊지 못할 엘 클라시코 직관의 영광을 선사해 준 곳도 바로 바르셀로나였다.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 앞에서는 언젠가 이 성당이 완공되면 바르셀로나를 다시 한 번 찾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도시별로 간단하게 느꼈던 점을 떠올리기만 했는데도, 할 말이 마구마구 샘솟는다. 이렇게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그 당시의 느낌과 생각이 '아직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자 그럼 2015년 3월로 돌아가 나의 남유럽 여행을 찬찬히 돌이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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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jerrystory.tistory.com/222
꽃보다 유럽 시리즈는 티스토리 블로그에서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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