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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Ko Sep 04. 201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를 찾아서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여행기, 그 열일곱 번째 이야기

여행, 특히 배낭여행 중에는 현지인들의 생활을 최대한 많이 체험하고 즐기는 것이 좋다. 어쩌면 그것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 되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하는 도중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현지 스타일' 보다는 '익숙한'것을 찾는 경우가 많다. 가령 고추장과 참기름을 싸가서 밥을 비벼 먹는다든지, '당최 감이 안 오는' 현지 식당 대신에, '대충 사이즈가 그려지는'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를 찾는 등,   


여행 중에는 가급적 맥도날드는 멀리 하라 말하고 싶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포르투에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포르투의 맥도날드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것과 조금, 아니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눈에 봐도 아름다운 그녀의 뒷 모습, 아니 맥도날드 매장 입구의 모습이다. 왕가의 문양을 떠올릴 법한 독수리가 인상적인 이 곳은 포르투 리베르다데 광장 옆에 위치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 매장이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눈앞에 펼쳐진 모습에 장소를 잘못 찾아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급히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입구 세면대에서 여자들이 화장을 고치는 모습을 본다면, 이런 기분일까? 높은 천장과 탁 트인 내부, 샹들리에에 스테인글라스까지, 여기가 정녕 4,300원짜리 빅맥을 파는 맥도날드란 말인가? 

진짜 샹들리에를 봤을 때는 뭐라 말이 나올 듯하면서도 나오지가 않았다. '말문이 막힌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건가 보다. 맥도날드에 샹들리에라니,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정말, 

혹시라도 이 포스팅이 사기는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사람들을 위해 찍어온 사진. 이 곳이 순도 100% 짜리 맥도날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맥도날드의 다양한 메뉴와 그 뒤로 보이는 스테인글라스, 뭔가 어색한 듯하면서도 제법 잘 어울리는 오묘한 조합이다. 

인테리어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맥도날드 특유의 왁자지껄한 소음도 없고 제법 조용한 카페의 느낌이 났다. 햄버거뿐 아니라 커피에 타르트까지 갖춰놓고 있어, 구석에 자리를 잡고 커피 한 잔에 독서를 즐겨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던 시각은 정확히 점심시간, 그냥 늘 먹던 그 것, 빅맥세트를 주문해서 뚝딱 해치우고 나왔다. 

쓰레기통마저 깔끔한 이 곳, '오브리가또'는 포르투갈 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뜻인데, 말하고 들을 때마다, '아리가또'가 연상되곤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브리가또와 아리가또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식사를 마친 후, 밖으로 나가다 말고 슬쩍 내려다본 지하 1층의 모습. 1층이 고급스러운 호텔 레스토랑 같은 느낌이라면, 지하는 좀 더 캐주얼한 카페 같은 분위기다. 예전에 얼핏 좌석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불편한 의자를 놓고, 자극적인 색으로 벽을 칠하는 것이 맥도날드의 전략 중 하나라고 들은 것 같은데, 이 곳은 그런 전략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는 매장인가 보다. 

밥도 배부르게 먹었겠다, 이제는 포르투 시내를 천천히 둘러보자. 일단 리베르다데 광장을 따라 걸었다.  

저 멀리서 내게 빠큐를 날리는 것만 같은, 그렇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저 건물은 포르투 시 청사다. 거리 양 옆의 건물들은 마치 시청 건물에서 탑 부분을 제외한 높이에 키를 맞춘 것만 같았다. 실제로 법으로 건물 높이 제한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덕분에 화창하게 탁 트인 하늘을 즐기며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가까이서 찍은 포르투 시 청사의 모습, 꽤 높은 건물이라 사진을 찍기가 정말 힘들었다. 거의 바닥에 드러눕다시피 해가며 각도를 잡았던 것 같다. 덕분에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으로 받을 수 있었다. 

시청 앞에 있는 이름 모를 동상의 모습. 45도 위를 바라보는 시선과 오똑한 콧날, 어깨 선을 타고 내려오는 망토의 실루엣까지, 뭇 여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을 인물이 아니었을까? 머리 위에서부터 내려온 새똥 자국이 마저 눈물처럼 보이는 우수에 젖어있는 듯한 모습이다. '새를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지금부터는 목적지도 없이 그냥 발길이 가는 대로 걸었다. 시원하게 솟은 야자수 나무와 작은 분수대 너머로 보이는 아줄레주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줄레주가 멋들어지게 그려져 있는 저 건물은 '카르무 성당'이다. 카르무 성당의 벽면 아줄레주는 카르멜 수도회 기사단이 탄생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1912년에 그려진 이 아줄레주는 외벽에 그려진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한다. 

이미 오전에 성당 한 군데를 보고 왔기 때문에, 굳이 안으로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유럽의 성당에 관심이 많다면, 햇살을 잠시 피할 겸, 한 번 들어가서 보고 나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입장료는 무료. 

화창한 포르투의 봄 날,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노랑, 파랑 알록달록한 건물과 나무에 핀 분홍빛 꽃의 모습이 제법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날씨도 좋고, 사람도 많지 않은 한가한 오후. 테라스에 앉아 맥주와 커피를 즐기는 이 들에게는 특별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이겠지만, 내게는 너무 특별하고 부러운 장면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빌딩 숲에 둘러싸여 샌드위치와 커피로 점심을 뚝딱 해결하고 모니터 앞에 앉아 눈을 비비고 있는 대한민국 샐러리맨들, 모두 파이팅 하시길! 

이번 여행 중에 수많은 그래피티를 봤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신기했던 그래피티는 단연 이 것! 과연 누가 어떻게 올라가서 저 높은 곳에 그래피티를 그려 넣은 것일까? 포르투에서는 그래피티마저 아줄레주의 영향을 받았나 보다. 봐도 봐도 정말이지 신기한 위치에 그려져 있었다.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본 피사의 신호등. 과연 지난 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여행 중에 아니, 살면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닌지라 그냥 한 번 찍어보았다. '블로그에 올리면 왠지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딱히 할 말이 없네.;;; 

무작정 걷고, 또 걷다 보니, 결국 도루 강 근처 터널 입구에 도착했다. 돌고 돌아봐야 도로 온다고 해서 도루 강인가 보다. 터널 입구에도 타일 작품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성당 벽면이나 상벤투 역 안에 그려진 작품과는 다른 뭔가 모던한 느낌이다. 뭐, 기왕 여기까지 온 거, 그럼 이제 도루 강변으로 슬슬 움직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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