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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Apr 16. 2024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사람들의 이야기 집합소 3편

코로나 일을 하고 나서부터는 사람들 사는 거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군가의 삶에 크게 부럽거나 안쓰럽거나 환상을 가지지도 않았다.


매번 확진자의 접촉자를 파악하려고 하면, 열에 아홉은 모두 똑같은 말을 한다.

"저희 2m 이상 떨어져 있었고, 마스크도 썼어요."

실내나 야외에서나 일행과 2m 이상 떨어진 경우가 어디 있겠나.

유명인에 대한 환상이라도 있었는지 유명인도 같은 말을 하는 걸 듣고는

'아,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싶었다.


역학조사 일을 하면서 뭐가 제일 힘들었냐고 사람들이 묻는다면,

자가격리 통보가 제일 힘들었다고 답하겠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만큼, 자가격리에 대한 반응도 다양했다.

혹시나 본인으로 인해 자가격리가 돼서 먹고사는 데에 지장을 줄까 봐,

혹시나 본인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이 알려질까 봐,

혹시나 본인이 확진인 게 소문이 날까 봐,

걱정하는 확진자들에게 접촉자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설득하기 바빴다.


직장인 누구나 같은 마음이겠지만,

일이 너무 힘들어서 매일 빨리 퇴근하고 싶었다.

그래도 추가적인 확진자를 최대한 막아보자는 의미로,

혹시 내생각이 틀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서로 머리를 맞대어 의논에 의논을 거쳤다.

그때 우리의 사명감은 정말 대단했다.


다른 직장 동료들은 어떤 마음에서 나오는 사명감이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사명감이었다.

몇주 전만 해도 통화했던 분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

그렇게 착잡할 수가 없었다.


코로나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병원에 입원하고 싶은 환자들에 대한

기초조사를 하는 일을 했었다.

병원입원을 위해 기본정보부터 기저질환 등 여러 질문을 하고

마지막에는 DNR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DNR Do Not Resuscitate 소생술 포기


이 일을 하면서 처음 듣게 된 단어였다.

'소생술 포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루는 확진자에게 직접 물어보게 됐다.

"DNR에 동의하시나요?"

정말 한치의 망설임도 동의하신다고 하셨다.

순간적으로 내가 당황한 듯한 느낌을 받으셨는지 이유를 살짝 덧붙이셨다.


"혹시라도 내 상태가 그걸 판단할 때가 왔다는 건, 

많이 안 좋다는 뜻인데 애들이 얼마나 고생하겠어요."


코로나 역학조사원으로 일하면서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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