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랑 May 27. 2024

부작용이 생겼습니다만

< 욕구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



식욕이 늘었습니다!


어마낫.

3kg이 쪄버렸다.

3kg '그까이 거 뭐' 할 수도 있지만, 3kg가 찌고 나면 일단 불편하다.

반 백 살이 되어가며 알게 된 건 나에게 잘 맞는 체중이 있다는 거다.

얼굴도 그다지 말라 보이지 않으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지도 않으면서

바지를 입었을 때 배가 불편하지 않는.. 그러면서 옷 태도 나는.

전체적으로 건강해 보이는 뭐.. 그런 몸무게.

그런데 지금은 그 몸무게에서 3kg이 오버된 것이다.

욕구가 없어서 건강한 욕구 찾기를 한다고 해놓고, 그 사이

식욕이 엄청나게 생겨버린 거다.

'나 혼자 산다' 를 보며 팜유가 간 곳을 찾아보는 적극성마저 생겼다.

심지어 좋아하지 않던 떡볶이마저 맛있다.

단골 술집의 안주로 나오는 떡볶이가 맛있어서 그렇구나 생각해 봤지만

아니다. 그냥 내가 입이 터진 거다.

이참에, 오늘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두족류가 최고지


일단 나는 두족류를 재료로 만든 요리를 좋아한다.

다리가 많은 '오징어, 문어, 주꾸미, 낙지'  말이다.

양념을 해서 볶아도 맛있고, 샤브나 숙회도 좋다.

오징어는 회도 좋지만 말이다.

그러다 보니 단골집도 있다. '쭈꾸미마을' 이라는 곳이다.

신도시가 생기면서 수많은 음식점들이 개점과 폐점을 반복했지만

그곳만큼은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킨다.

가성비, 가심비, 맛, 친절, 모두 만족스러운 곳이다.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은 연세가 있으신데도 늘 활기차시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좋다. 그분의 건강한 에너지가 전해지는 것 같다.




확고해지는 취향


그리고 나는 나물 종류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강화의 '마니산산채' 는 한두 달에 한 번은 가는 것 같다.

그곳의 음식은 밥부터 물까지 모든 것이 다 정성이다.

한 끼 식사로 건강해지는 기분.

코로나로 호되게 앓고 나서도 남편과 바로 그곳을 찾아갔었다.

예전엔 집에서도 나물 요리를 참 많이 했다.

다듬고 데치고 무치고. 참 복잡한데 해놓고 나면 맛이 있다.

열심히 나물을 무치고 있으면 어린 딸이 입을 '아' 하며 벌리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나물 요리를 하는 것이 꽤 귀찮아졌다.

귀찮은 것도 귀찮은 거지만 일단 물가가 너무 비싸다.

그래서 그냥 사 먹자 싶을 때가 많다.     


고기와 회 중에서는 뭐가 좋아?라고 묻는다면 고기다.

회는 당기다가도 먹으면 금방 물리게 된다. 속이 느끼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베프가 포장해 와서 먹었던 선어회 맛은 잊지 못할 것 같다.

고기는 구워 먹는 것도 좋지만, 갈비찜 종류도 좋다.

돈도 아끼고 고기도 먹고 싶을 땐, 제육볶음을 한다.

가끔 제육볶음에 김치를 넣으면 딸이 좋아한다.

제육볶음은 고기를 먼저 볶다가 양념을 넣어야 더 감칠맛이 난다.

제육볶음을 한 날엔 무조건 막걸리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만 먹게 되는 음식도 있다.

가족들이 모두 좋아하지 않아서 잘 먹지 않게 되는데, 친구와 내가 좋아해서

그 친구를 만나면 먹게 되는 음식 같은 것.

그런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요리를 한다는 것


한때, 집밥을 하는 것에 매우 싫증을 느낀 적이 있다.

너무 일처럼 느껴져서 피로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가수 양희은의 책 '그러라 그래' 를 읽고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 결혼하고 변함없이 늘 같은 일상, 즉 장을 봐서 재료를 다듬고

준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 때, 그리고 남편이 그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때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장을 본 후, 몇 가지 반찬을 만들고 

남편과 식탁에 앉으면 그렇게나 마음이 편안하고 그제야 사람답게

사는 것 같다.

네 부엌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밥을 해 먹는 일. 

제철 채소를 사다가 나물을 무치고, 맑은 국을 끓이고, 제철 생선 두어

마리를 맛나게 굽는 일. 그게 무슨 대수냐고 웃을지 몰라도 내게는 

소중하다. 일 바깥의 일상을 소중히 하는 것. 

그것이 내 일의 비결이다.”     


내가 너무 요리를 내 일처럼만 생각하다 보니까 본질을 놓친 것이다.

물론 마음의 여유가 없던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요즘은, 한 끼 식사를 위해 요리하는 것이 싫지 않다.

대신, 예전보다 메뉴가 좀 간소해졌다.  

   

일 년 전부터 꾸준하게 먹고 있는 것도 있다.

바로 낫또다.

그 맛없는 걸 어떻게 먹냐는 반응이 많은데, 낫또는 바나나나 블루베리와 함께

먹으면 꽤 먹을만하다. 때론 김에 싸 먹기도 하고, 카레에 함께 비벼먹기도

한다.

다소 번거롭지만 그럼에도 낫또를 먹는 건 몸의 변화를 느껴서다.

지금 당신이 먹고 있는 것이 곧 당신을 말해준다고 한다.

그저 좋아서 음식을 먹었다면, 이제는 좀 더 건강을 생각하게 된다.  


인생은 욕망   


“욕망이 필요해.

그게 식욕이든, 성욕이든, 강렬한 욕망이.

히미코가 죽어가는 걸 보면, 나도 살고 싶은 욕망이 사라져.

그게 사랑인 거잖아.”     


영화 '메종 드 히미코'의 대사 중 하나다.  

   

어쩌면 인생도 욕망 그 자체가 아닐까?

살고 싶은 욕망, 갖고 싶은 욕망, 먹고 싶은 욕망, 이뤄내고 싶은 욕망...

때론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기도 한다.


욕망이 사라진다는 건 영화 속 대사처럼 삶에 대한 욕망이 사라지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 내 주변의 누군가가, 입맛이 없다고 하거나, 하고 싶은 게 전혀 없다고 

한다면 지금 그 사람에겐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아이유의 '팔레트' 에 나온 가수 겸 배우 도경수의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그에게 아이유가 유성, 즉 별똥별을 보면서 빌고 싶은 소원이 있냐는 질문을 했다.

도경수는 '라면이 세상에서 제일 영양가 있는 음식이게 해 달라' 빌고 싶다 했다.

도경수의 대답이 너무 의외여서 아이유도 그 자리에 있던 밴드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에 새로 낸 앨범이 잘 되길 해주세요' 라든가 하는 소원이지 않을까 했는데

그의 소원은 너무 다른 것이었던 것이다.

라면이 영양가 있는 음식이라면 어떠한 죄책감 없이 삼시 세끼 라면을 먹어도

되지 않냐는 것이다.     


음식은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는 먹는 것에 삶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얼마나 잘, 건강하게, 즐겁게 먹고살고 있는지.

식욕을 건강하게 채워나가는 삶의 소중함을 다시 느껴본다.

비록 몸무게는 증가했지만!! (운동만이 살길~)

나의 욕구의 충실하고 있는 요즘, 나는 내가 좋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은 나를 잊었을지 몰라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