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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사자 Apr 16. 2023

방학숙제를 왜 열심히 했을까

특히 겨울방학 숙제를 왜

방학에도 숙제가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전에는 해 보지 못했다. 요즘에도 학교에서 방학숙제를 내주는지 모르겠다. 내가 만약 학교를 다시 다닌다면, 방학숙제가 있더라도 온전히 방학의 의미 자체를 충실하게 이행했을 것이다. 숙제는 정말 대충 하거나 심지어는 아예 안 하는 숙제도 있을 것 같다.


방학숙제 하면 "탐구생활" 이 떠오른다. 대표적인 방학숙제 아닌가. 그리고 다른 어떤 숙제들보다 밀리면 안되는 일기쓰기가 생각난다. 어릴 적 순진한 마음에 일기를 하루도 빼먹지 않고 써야 한다는 생각에 개학을 며칠 앞두고 일기를 몰아서 쓰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엉터리 일기를 써서 방학숙제를 제출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었을텐데 당시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왜 우리 부모님은 차라리 제출하지 말라고 안하시고 그렇게라도 제출하라고 하셨는지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다. 국민학교, 중학교 동창이었던 그 친구는 시험 성적은 나름 괜찮았다. 그런데 그는 숙제를 거의 해오지 않는 친구였다. 방학숙제 역시 다른 친구들이 만들 기, 그리기, 일기쓰기 등등 많은 것들을 제출할 때, 그는 탐구생활 책 한 권만 달랑 제출했다. 결과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가 방학숙제를 안내서 받은 불이익은 없었다. 어차피 방학에는 노느라 숙제가 밀리는 것은 당연한 건데 막판에 몰아서 하느라 고통받느니 깔끔하게 안 한 그 친구가 승자처럼 느껴진다.


특히나 겨울방학 숙제는 더더욱 열심히 막판에 몰아서 할 이유가 없었다. 새 학년이 되면 새로운 시작이니까.방학숙제의 취지도 제출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꾸준히 그 날 그 날 계획적으로 하나씩 하도록 이끌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숙제 대신 일을 생각해 봐도 중요한 일은 급한 일에 자주 밀린다. 솔직히는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밀릴 때 가 더 많은 것 같다. 지금은 누구도 숙제 검사를 하지 않으며, 제출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잘못되고 있음에도 고칠 생각을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밀리게 되는 중요한 일은 글쓰기, 독서, 명상, 운동 같은 것이다. 중요하지만 항상 밀리게 되는 그런 것들이다. ·



일기를 월기처럼 썼으면서도 부끄러움보다는 그렇게라도 해냈다는 생각을 했던 어린 내가 생각났다.






Photo by S'well i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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