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빠가 되고 보니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군것질을 하는 빈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군것질을 자주 하다보니 함께 편의점에 가는 경우가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서로가 좋아하는 과자의 종류를 알게 되었다. 나는 한번 좋아하는 것에 꽂히면 아주 오랜시간 그것을 즐긴다.
우리나라 과자는 좀 독특한 면이 있다. 과거에 출시된 과자가 꽤나 오랜 기간 없어지지 않고 여전히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 광고를 많이 했던 과자들이 30년이 넘게 지나서도 아직도 편의점 매대에 진열되어 있다. 이미 전국민이 다 아는 과자가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광고를 할 필요도 없다. 나는 꿀꽈베기를 좋아하는데, 그 제품도 장수한 과자로 달달한 과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이 과자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갓 초등학생이 된 아들이 학교를 마치고 오는 길에 과자(꿀꽈베기)를 사왔다. 밥먹기 전에는 먹지 않기로 엄마와 약속을 하고, 정말 맛있는 그 과자를 먹지 않고 참아냈다. 지금의 나라면, 과자를 먹고 나서도 밥을 잘 먹을 수 있지만 입이 짧은 우리 아이는 그렇지 못하다. 약속을 지키고 밥을 다 먹은 뒤, 자기 과자를 먹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했다.
방에서 쿠팡플레이로 포켓몬스터를 시청하며 꿀꽈베기를 먹던 아이가 과자봉지째 나에게 들고왔다.
"아빠가 좋아하는 과자지? 내가 많이 먹어서 다섯개 남았어."
"하나, 둘, 셋 .. 정말 다섯개네. 같이 먹자."
아들은 이미 충분히 먹은 것 같지만, 같이 먹자는 말에 웃으며 남은 과자를 먹었다. 나는 한개 먹었다.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를 기억하고 남겨준 아들과 그 남은 것도 맛있게 잘 먹는 아이가 있어서 행복했다. 아빠가 되기 전에는 내가 먹는 것이 행복했는데, 이제는 내 몫도 내어주며, 아이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더 행복하다. 그래서 가끔 아이스크림도 뜯자마자 내어줄 때도 있는데, 과거의 나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