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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판양 Sep 27. 2024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얼씨구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귀천 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다.
천상병 시인은 이 세상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여정을 '소풍'으로 비유했다.


소풍이라니, 얼마나 설레고 아름다운 표현인가!
막걸리 한 잔 값만 있으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는 천상병 시인.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 가난을 내 직업이라 했던 시인......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천상병시인은

'천생 시인이고 천상 순한 소년'의 모습이었다고 기억할 것이다.

이 빠진 모습에 주름진 얼굴의 환한 웃음사진은

그 어떤 화려함으로 치장해도 나올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1993년 그는 소풍을 끝냈다.

문득 궁금하다. 이 여정을 끝내고 돌아가서

그는 진심 아름다웠더라고 말했는지......

삶을 마무리하며 "참 아름다운 세상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많은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 산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는 여행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이 행복일 수 있다.

그렇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묻고 싶다.
누구와 그 행복을 나눌 때, 진정으로 그 기쁨을 느낄 수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
그들이 나와 함께 있을 때, 우리는 일상의 짧은 소풍을 나누는 것이다.

커다란 계획이 필요 없는,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느끼는 작은 기쁨.
그 순간들이 모여서 우리 삶을 채우고, 행복을 만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나의 곁에 있던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둘 그들의 소풍을 끝내고 떠나간다.
이별은 언제나 슬프지만

그동안 함께한 시간이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지 않을까?


그래서 난 오늘도 **“얼씨구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를 외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작은 순간을 소중히 여기려 한다.

매일매일이 소풍 같은 하루라면

언젠가 그 소풍이 끝나는 날에도 미소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고
그 순간들을 쌓아가자.

나중에 돌아보며, "정말 아름다웠다"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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