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그 종이 한 장 차이의 얇은 경계에서.
어릴 적 장례식장에 간다는 건 어딘가 모르게 무섭고 꺼림칙한 일이었다.
괜히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고, 조문을 마친 뒤엔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 앞에 도착하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도착했어.”
이미 장례식장에 가기 전에 알려줬기에,
엄마는 내가 전화를 걸자 말없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내 등 뒤에 소금을 뿌리며 조용히 외쳤다.
“고시레, 고시레.”
그 말의 뜻도 모른 채,
나는 그냥 그게 무서운 기운을 털어내는 주문쯤 되는 줄 알았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결혼식보다는 장례식장을 더 자주 찾는 나이가 되었다.
가야 할 곳이 많아지고, 보내야 할 사람도 늘어난다.
예전엔 조심스럽게 발만 디뎠던 그곳에,
지금은 한 사람의 마지막 길을 조용히 배웅하는 마음으로 선다.
영정사진 앞에 서서 짧게나마 고개를 숙인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미련도 아픔도 없이, 좋은 곳으로 가시기를...
남겨진 가족들도 잘 지켜봐 주세요.”
우리는 서로 알지 못했지만,
자식들의 인연으로 이렇게 마주하게 되었다.
그분이 차려주신 마지막 식사를 감사히, 천천히 먹는다.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언제나, 누구나 가야 하는 그 길.
그 길 끝에 서러움보다는 고마움이,
후회보다는 함께 웃던 기억이 남기를.
그리고 남겨진 우리도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가기를.
장례식장은 이별이 아니라,
마음을 다해 ‘편히 가세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자리라는 걸.
때로는 잘 몰랐던 분의 삶 앞에서도
우리는 잠시 멈춰 선다.
그리고 알게 된다.
누군가의 끝을 함께 지켜본다는 건 —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건네는 가장 조용한 배웅이라는 걸.
그 옛날.
엄마가 내 등에 소금을 뿌리며 들려주던 그 말.
“고시레, 고시레—”
그건 두려움을 막는 주문이 아니라,
남은 사람이 끝내 품고 가야 할 사랑이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