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나뿐인 여동생

오빠의 핸드폰 속 내 이름

by 캡틴판양

이름 하나로 감동을 주는 사람


신랑 이름을 핸드폰에 ‘새우깡 1번’으로 저장한 언니가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손이 많이 가서.”

그 순간 피식 웃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사랑도 손이 가야 유지되는구나 싶었다.

서로의 이름을 휴대폰 속에 어떻게 저장해두고 있는지,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생각해본 건 오랜만이었다.

어떤 저장 이름은 그저 ‘이름’이지만 어떤 이름은 ‘관계 자체’가 된다.


우리 작은오빠의 핸드폰에는 나의 이름이 이렇게 저장돼 있다.
‘내 하나뿐인 여동생

그게 뭐라고, 괜히 뭉클했다.
큰오빠는 그냥 내 이름으로, 언니는 성까지 붙여서 저장해 뒀는데,
작은오빠만 유일하게 그렇게 저장해 둔 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나는 5남매 중 막내다. 위로 오빠 둘, 언니 둘.
그중에서도 작은오빠와는 두 살 터울로,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다.
그 시절, 우리는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들었고
우리 반엔 유독 여자아이들을 괴롭히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
나는 울먹이며 오빠에게 달려가 고자질했다.

“쟤가 자꾸 괴롭혀… 나도, 친구들도…”

오빠는 조용히 아이를 불러 혼을 냈다.
그런데 내가 쌍둥이 형제 중 누가 그랬는지 말하지 않아서 엉뚱하게 동생이 혼이 났다.

그날 이후였던 것 같다.
오빠는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가장 먼저 나서주는 사람이 되었다.
그 존재만으로 든든한, 말 없는 내 편이었다.

어릴 적 오빠는 마르고 말수가 적었다.
아빠는 혹시 학교에서 맞고 다닐까 걱정돼서 태권도를 시켰다는데,
그래서인지 싸움도, 운동도, 뭐든 잘했다.
오빠는 항상 말보다 행동이 먼저였다.

그리고 커서도, 여전히 든든한 나의 해결사였다.


어느 해 봄, 만우절이었다.

직원들과 벚꽃 구경을 갔다가 다 같이 장난전화나 해보자며 웃고 떠들었다.
나는 작은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피커폰을 켠 채로.

“띠띠띠... 여보세요?”

“어… 왜?”

나는 일부러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나 오늘 길에서 지갑을 주웠는데…”
“응 근데?”
“근처 파출소에 갖다 줬거든… 근데 조금 있다가 전화가 왔어.”
“왜?”
“지갑 주인이 돈이 없어졌다고 나보고 오라고 하더라…”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오빠는 단호해졌다.
“네가 돈을 꺼냈냐고?”
“아니야, 그냥 열어만 보고 바로 갖다 줬지…”
“지금 거기 어디야. 내가 간다.”

스피커폰으로 오빠가 하는 욕이 그대로 들렸다.
“경찰 바꿔. 아니 지갑 주인 바꿔. 내가 얘기할게. 이런 XXXX…”

나는 끝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오빠, 사실 그 사람은 스님이고 "만우절"이라는 곳에서 왔데....

오빠는 한참 동안도 내가 만우절 장난을 하는걸 알아채지 못했다.

“만우절이든 뭐든, 너 억울한 일 생기면 가만 안 있는 거 알지?”

전화기 너머, 직원들은 “와… 저런 오빠 부럽다”며 감탄했다.

모두가 웃었고, 그날 오빠는 또 한 번 ‘내 편’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오빠의 연락처를 다시 들여다봤다.
‘내 하나뿐인 여동생’

그 이름 안엔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
그리고 내가 모르는 수많은 순간에도
조용히 나를 지켜준 시간이 담겨 있었다.

이름 하나로 감동을 주는 사람,
그게 우리 작은오빠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내내 — 늘 내 편.



이해 없는 세상에서 나만은 언제라도 네 편인 것을 잊지 마라

'이상'이 동생 옥희한테 쓴 편지 중것을 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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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 오빠는 언제나 나의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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