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힘들다
달리기 시작하고 지금까지 달리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첫 500m는 여전히 힘들다는 것이다. 처음 달리기 시작하기까지, 그 마음먹기가 굉장히 어려웠었는데, 이제 달리러 나가는 것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계절의 변화가 있어서 지금은 예전보다는 조금 더 이불 밖으로 벗어나기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리기에서 손을 놓을 정도는 아니다.
나의 위대한 첫걸음 이후 약 100m 정도는 상쾌했다. 몸도 그리 힘들지 않았고 호흡도 나쁘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예전에 사용하던 애플 워치가 있어서 첫 달리기 때부터 착용하고 달렸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호흡이 가빠지고 종아리 근육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1km 정도는 뛰었으니 나타나는 현상이겠지?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애플 워치를 바라봤는데, 웬걸 이제 고작 500m도 못 뛴 것이다. 처음 달리다 보니 거리감도 없었고 속도감도 없었다. 오버페이스를 한 것이다. 당연히 달려본 적이 없으니 내 페이스가 어떤지 알 수도 없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첫 달리기부터 꼴랑 500m 뛰고는 걸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좀 달려야겠다는 생각은 꽤 오랜 시간하고 있었기에 달릴 코스의 거리를 정확히 알고 있었는데 왕복 4km 코스였다. 과연 완주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페이스를 낮추기 시작했다. 일단 걷지는 말자.
2km 정도를 꾸역꾸역 달리다가 결국은 걸고 뛰고를 반복하며, km 당 7분이 넘는 페이스로 첫 러닝을 마칠 수 있었다.
앞서 말했지만, 50회 이상 러닝을 진행한 오늘까지도, 첫 500m는 내게 있어 여전히 힘들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나도 모르게 페이스가 올라가서 힘들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그냥 힘들다.
매일 같은 코스를 달리는 내게 있어서 이제는 코스에 대한 거리감이 생겨서 어느 정도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신기하게도 첫 500m 지점까지는 힘이 든다.
그렇지만 500m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탄력이 붙는다. 그렇게 1km를 통과하고 1km 이후부터는 페이스의 흐트러짐도 없을뿐더러 호흡도 제법 안정되게 달려 나갈 수 있어진다. 오히려 잠깐 걸을 일이 생긴다면 몸은 계속해서 관성에 의해 달려 나가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 글의 시리즈 서두에 말한 것이 있는데, 달리기는 우리 삶과도 제법 닮아있다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처음 어떠한 일을 시작하기는 굉장히 힘들다. 그리고 그 일의 시작에는 내 모든 것을 쏟아 넣어야 하는, 소위 말해서 엄청난 몰입의 시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몰입해서 일을 진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일이 손에 익어가고 적응이 되기 시작한다. 그럼 한결 편해진다.
문제는 어떠한 일을 시작한다는, 그 허들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허들을 넘는다 하더라도 꾸준히 지속해 나가는 힘이 부족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달리기로 마음먹고, 실제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 시작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실제 달리기 코스에 도착해서, 첫걸음을 떼고, 중간에 걷지 않고 계획된 코스를 달려서 완주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글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꾸준함이란 우리에게 늘 불편한 존재인 것 같다.
내게 있어 첫 500m는 엄청나게 불편한 존재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운동화를 신는 것도 힘들지만, 첫 500m의 허들을 넘기는 더욱 힘들다. 달리기 시작하고 500m 지점 전에 오늘은 여기까지만 뛸까 혹은 오늘은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종종 하게 된다. 그럼에도 500m 지점을 넘기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매일 뛰는 그 4km를 완주할 수 있게 된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조금 더 거리를 늘려보기도 하고, 페이스를 끌어올려보기도 한다.
불편함을 넘겼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나의 첫 500m 와 비슷한 구간이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그 구간을 응원한다.
달리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