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정석, 고등학교 시절 성문 영어책, 맨투맨 영어 책과 더불어 많이 접했던 책, 대한민국 수학의 기본 바이블로 1966년에 처음 출간되어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책이다. 나는 오늘 이 추억의 책을 떠올리는 맛있는 사건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직장인에게 불금(불타는 금요일)은 무척이나 소중한 날이다. 불금은 주 4일 동안 열심히 일한 보상이요, 다시 일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런 경사스러운 날 딱 어울리는 음식이 있었는데 바로 '치맥'이다.
어제는 불금보다 더 소중한 금, 토, 일 3일 스트레이트로 쉬는 '황금연휴'였다. 나는 퇴근 전부터 황금연휴가 너무 기대되었다. 와이프에게 빠르게 문자를 보냈다.
"치킨 콜?"
5초 만에 답장이 왔다.
"콜"
부부는 이심전심이라더니, 짧은 '콜'이라는 메시지의 울림이 그저 좋았다.
식탁에 놓여있는 정석 책?
평소보다 서둘러 일찍 퇴근했다. 도착하자마자, 큰 목소리로 내가 왔음을 외치며 거실을 지나치는데 식탁 위에 떡 하니 '정석 책(?)'이 모범생처럼 각을 잡고 놓여 있었다.
'아니? 이게 뭐지? 수학의 정석? 홍성대 저자의 그 수학 책?이라고 '
치킨의 정석? 이게 치킨이라고? 황당했다. 완전개정판에 치킨 점검 필 마크까지! 완벽한 책 표지디자인! 놀라웠다. 이보다도 놀랍고 풍미가 넘치는 책이 있을까? 나는 이 책을 보자마자, 핸드폰을 드리 밀고 사진을 찍었다. 동물적인 나의 감각이 살아난 것이다.
'그래 이건 써야 한다. 좋은 글감이 될 거야!'
그랬다. 최근에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바뀐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이게 글감이 될까?'라는 글감 수집가로 변해가고 있었다. 완벽하지 않지만, 오감을 통해 입력값을 최대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던 중에 '치킨의 정석' 요놈이 딱 걸린 것이다.
과연 치킨의 정석의 맛은?
사실 불금 때마다 거의 1 불금 1 치맥을 했으니, 대한민국 치킨은 거의 다 먹어봤기에, 맛에 대한 평가는 나름 자신이 있었다. 나중에 치킨별 맛의 특징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글을 한번 써볼까도 생각 중이다. (이러다 치맥 책 쓰는 게 아닐까 ㅎ)
풍미 넘치는 정석 책 앞장을 처음 공부하는 자세로 천천히 열었다. 개봉하자마자, 프라이드치킨의 담백함과 양념치킨의 알싸한 맛이 훅하고 올라왔다.
'이거 느낌이 좋은데'라는 생각을 하며 후라이드 먼저 크게 한입 물었다. 후라이드 치킨은 자고로 속과 겉이 적당하게 튀겨져서 너무 바삭하지 않게 쫄깃한 식감이 나는 게 중요하고, 튀김가루에 적절한 짠맛과 풍미가 느껴지게 해야 진정한 후라이드 치킨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점에서 '치킨의 정석'은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다. 북한 빼고 가장 맛있다는 ‘부어치킨’과 비슷한 맛이었다. 9점을 준 이유는 '양'이 좀 적어서다. 맛은 최고였다. 다음번에도 다시 먹고 싶은 맛이었다. 양념치킨도 맛도 일품이었다. 처갓집 양념치킨의 양념보다는 약간 약한 느낌의 맛이라고 할까? 대박인 점은 사이드 메뉴로 시킨 '새우튀김과 치즈볼'의 존재감이었다.
아니 새우튀김 더 월등하게?
사이드로 시킨 새우튀김과 치즈볼의 맛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특히, 새우튀김은 꼬리부터 머리까지 바삭하여 맥주를 부르는 맛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맥주 2캔을 홀라당 순삭 했다. 다이어트는 모르겠고, 행복하게 먹었다. 그래 이럴 때도 있어야지 ㅎㅎㅎ 암. 열심히 달렸으니, 이 정도는 괜찮아!
이 정도면 생활치킨 사장님께서 치킨 한 마리 서비스로 주실까? 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자꾸 침이 고인다. 매주 불금에 치맥을 하고 있으니, 1 달이면 4번 * 10달 이면 40번의 치맥을 하고 40개의 글이 완성되는데 음.... 물고기 이야기 책 보다 치맥 이야기가 더 당기는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