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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외계생명체 브라인쉬림프

눈이 3개, 다리가 11쌍

by 파도 작가

강아지 집사는 사료 성분표를 면밀히 확인하고, 고양이 집사는 동결건조 간식에 진심을 담는다. 그렇다면 물고기 집사들은 물고기들의 건강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까? 바로 브라인 쉬림프(Brine Shrimp)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브라인을 열심히 ‘끓이고’(?) 계신 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끓인다’는 표현은 브라인 쉬림프를 부화시키는 과정에서, 마치 ‘물을 끓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생긴 말이다. 정말 딱 맞는 표현이다. 직접 해보면 안다. 야밤에 라면 물을 끓일 때 냄비에서 올라오는 물방울을 떠올리면 된다. (캬 ~ 야밤에 라면은 진리다.)


다정한 외계생명체 브라인쉬림프


브라인 쉬림프는 영어로 Brine Shrimp, 학명은 아르테미아 살리나(Artemia salina). 주로 소금물 호수(예: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에 서식하는 아주 작은 수생 갑각류의 한 종이다. 약 1억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 온 브라인 쉬림프는 NASA에서 우주 실험에 사용할 정도로 매우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브라인쉬림프의 전체 크기는 약 0.4mm로, 유어(갓 태어난 물고기)들의 먹이로 아주 적합한 사이즈다. 자세히 보면 눈이 3개다. 태어났을 때 하나였던 눈이 자라면서 두 개가 더 생긴다고 한다. 다리는 총 11쌍. 헤엄을 치는 기능은 물론, 산소와 이산화탄소 흡수, 염분 제거까지 담당한다고 하니 참 놀랍다.


다정한 외계생명체 브라인쉬림프 실제 모습, 약 0.4mm


눈 3개를 달고 11쌍의 다리를 꿈틀거리며 광활한 바다를 헤엄치는 브라인 쉬림프는 낯설면서도 신비롭다. 마치 물고기들의 건강을 위해 저 멀리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다정하게 급파된 외계 생명체처럼 보였다. 색깔도 사랑을 가득 품은 듯한 다홍색이다.


계속 관찰하고 관련 생태계를 검색하다 보니, ‘혹시 브라인 쉬림프의 조상은 누굴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브라인 쉬림프가 약 1억 년 전부터 존재했으니, 그보다 더 앞선 해양 생물들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삼엽충’이 있었다. 삼엽충은 약 5억 년 전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출현해 수억 년간 해양 생태계의 정점에 군림했다. 다리 모양이나 유선형 몸매, 눈의 구조 등이 브라인 쉬림프와 똑 닮아 있었다.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출연하여 군림하던 '삼엽충' 너희는 누구냐?


나는 갑자기 아무도 관심 없지만 세계 최초로 공표한다. 2025년 6월 12일 새벽 5시 20분, '삼엽충이 브라인 쉬림프의 조상'이라는 가설을 공표한다. (정말 닮지 않았는가!!!)


나는 브라인 쉬림프를 끓여, 물고기들에게 맛있게 밥을 줄 생각에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드디어 최고의 제품을 찾았다. 아마존 인터넷 직구로 '미국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에서 채취한 브라인 쉬림프 알을 구입했다.


알 깡통에는 실제 호수 지도(Great Salt Lake)가 그려져 있었다. 1950년부터 제조했다는 역사적인 설명도 있었다. 딱 봐도 “우리는 물고기 먹이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라는 느낌이었다.


갑자기 나는 브라인 쉬림프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미국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에 직접 가보고 싶어졌다. 미국 여행도 하고 그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직접 보며 물고기들을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직접 전하고 싶었다. 가까운 미래에 나는 그 호숫가에 가 있으리라 ~~~


오늘도 나는 브라인쉬림프를 끓인다. 우리 집 식구들 네온테트라, 하스타투스, 니모 부부, 안시아빠가 조금 더 활기차게 지느러미를 흔들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리고 나도 다정한 사람이 되어가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브라인쉬림프를 끓인다. 보글보글 야무지게 끓인다. 천일동안 ~~~


자, 도대체 브라인 쉬림프가 어떻게 생긴 친구들인지 궁금하시죠^^ 짧은 영상을 준비했어요. 어렵게 성공하여 갓 태어난 브라인쉬림프 아가들을 소개해요!
영상의 음악은 좋아하는 이승환형님(완전동안)과 소향(천사의 목소리) 이 부릅니다 ~~

> 천일동안~ 브라인을 끓여보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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