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의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청춘
덜덜 떨며 나와서 '이제는 끝났구나 고기 먹는구나' 싶었는데 열을 내지 않으면 감기에 걸린다며 몸을 풀겠다고 했다. 평상시의 나였다면 이게 무슨 소리냐며 속으로 구시렁거렸을 테지만 차가운 물속에서 각오를 외치고 나와서 인지 이성은 하얗게 질리고 열정만 불탔다.
킥복싱 동작들을 대충 줄을 서서 연습했다. ‘원-투-백스텝- 로우킥’ 등 콤비네이션 동작을 한 시간 정도 열심히도 했다.
연습이 끝나고 포카리스웨이트를 마시며 ‘드디어 훈련이 다 끝났나 보다.. ‘하고 있었는데 저녁에 고기를 구워 먹어야 하고 밤에 잠잘 때 밖은 매우 추울 것이므로, 나뭇가지를 주워오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건 상당히 위험한 일인 거 같긴 한데(강가라도 이게 법적으로 안될 거 같은데..) 아무튼 화로용으로 나름 엄청 큰 철로 된 통도 준비되어 있었다.
훈련했을 때 흠뻑 났던 땀이 말라가자 오들오들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우리 조는 코치 형님과 함께 하는 조였는데, 그 한 겨울에 아주 얇은 긴팔 하나 입고 씩씩하게 산을 헤집고 다니며 나뭇가지를 줍고 있는 형님을 보니 엄살도 못 부리고 낑낑 거리며 나뭇가지를 열심히 주었다.
한겨울에 깊은 산 속이라 해는 빠르게 지고 사위가 어둑어둑 해졌다. 그제야 나뭇가지 수집 조는 철수할 수 있었다.
캠핑 장소로 돌아가니 텐트 앞에 엄청난 양의 고기가 준비되어 있었고 한편에서는 밥을 짓는지 양철로 된 솥 위에 돌이 올려져 있고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주워온 나뭇가지에 불을 붙여 모닥불을 피워 둘러앉았다. 아까 얼음을 깨고 들어갔던 그 강은 자신의 치부를 감추듯 다시 빠르게 꽁꽁 얼어있었다.
체육관을 열렬히 사랑하는 정육점 하시는 형이 고기를 든든하게 지원해 주신 덕분에 양이 엄청났다. 그 형은 빨간색 외제차를 끌고 온 형으로, 조직생활을 청산하고 정육점을 하고 있었는데 이 고기들을 얼마에 넘긴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관장님이 상당히 고마워하시는 걸로 보아 무료 거나 거의 무료에 가깝게 제공했던 것 같다. 아무튼 그 양은 이 엄청난 먹성의 남자들이 허겁지겁 배 터지게 먹었어도 꽤 남을 정도였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술자리 시간이 시작되었다. 나이대도 다양하고 너무 다양한 방면의 사람들이 모여있어 공통된 주제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많다 보니 다음 대회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지난번 부상은 어떤가 등등의 이야기를 했다.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어갈 즈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통통하던 남학생 한 명이 술에 취해, 체육관에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다들 이 귀여운 친구의 귀여운 주젯 거리에 귀가 솔깃했다.
그 남학생의 얘기를 듣고, 모두들 그 여자 회원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는데 술이 더 취하자 그 학생은 점점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분노가 차오르는 듯했다.
“나는 왜 연애할 수가 없어!! 나는 왜 ㅇㅇㅇ를 사랑할 수가 없어!!” 하며 온 산이 울리게 울분을 토하기 시작했다. 마침 앞에 절벽이 있던 터라 소리가 쩌렁쩌렁 반사되어 우리에게 돌아왔다. "아니 고백도 안 해봤다면서 왜 ㅇㅇㅇ를 사랑할 수가 없다고 저러는 거냐 도대체 고백을 해 고백을" 옆에서 듣고 있던 형이 혀를 끌끌 찼다.
그러거나 말거나 울분이 가득한 절규가 계속되자, 관장님은 말없이 고갯짓으로 휙휙 저 친구를 한 데다 보내라는 신호를 보내셨다. 그 친구의 양팔을 잡고 질질질 끌고 가서 텐트에 눕혔으나 텐트에서도 그 친구의 처절한 절규는 한 동안 멈추지 않았다.
“ㅇㅇㅇ 야!! 사랑해에에에!!!”, "난 연애 왜 할 수가 없어!!!"
몸은 더없이 노곤 노곤했고 술 몇 잔은 너무 따뜻했다. 너무 피곤한 하루였기 때문인지 다들 술을 엄청 많이 마실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텐트에서 쓰러져 잠들었다. 그렇게 강렬했던 동계훈련이 끝이 났다.
짝사랑이 힘들던 친구야.. 지금은.. 결혼하고 잘 살고 있으려나..?
킥복싱 동계훈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