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 음식으로 LA갈비는 굽지 말자

그릇이 작다, 작아

by 파파레인저

이사를 하고 가족들을 초대했다. 부모님, 누나네 가족, 우리 가족까지 꽤 많은 인원이 집에 왔다. 이미 친구들이 한 번 놀러와 집들이를 했었다. 친구들 집들이 때는 아이들에게 배달음식 말고 건강한 음식을 해주려고 장을 봐뒀었다. 하지만 아이 5명이 있으니 요리를 할 틈이 없었다. 결국 어묵탕 하나 겨우 만들고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대접했다. 배달음식을 시켰는데도 해야 할 게 많았다. 특히 설거지가 산더미였다. 누군가 집에 이렇게 많이 놀러 온 적이 없었기에 감당할 수 있는 식기도 부족했다.가족들 초대에는 배달음식으로 퉁 칠 수 없었다. 전날 저녁 LA갈비, 김치찜, 샐러드 등 몇 가지를 해두고 당일 엄마가 몇 가지 반찬을 해오셨다. 사람이 많으니 LA갈비 굽는 일도, 밥하는 양도, 조개탕의 양도… 모두 다 많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예쁘게 놓인 LA갈비를 먹던 누나가 하는 말, “이렇게 빨개도 먹어도 되는 건가?” 아, 안 익었네.


누군가를 대접한다는 건 그 사람의 그릇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부모님 댁에, 누나네 집에 놀러 갔을 때 많은 인원이 먹을 음식, 간식, 술 등을 뚝딱뚝딱하는 걸 보고 별일 아니라 생각했다. 생전 처음으로 직접 음식을 해서 대접하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메뉴 선택 또한 잘못했음도 깨달았다. 사람이 많은데 LA갈비를 하나씩 굽고 있으니 정신이 없을 수밖에… 게다가 꼬들꼬들한 고기를 뜯으며 아빠는 “질기다…“라는 말로 나를 당황케 했다.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쉬워 보이는 일도 직접 해봤을 때 어려울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렇다. 특히 집안일, 음식 하는 일은 더욱이 그렇다. 식당에서 먹는 음식은 “와, 이걸 어떻게 만들지?“인데, 가족이 하는 음식은 덤벼볼 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음식은 다 똑같은 음식인데.


“경험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얻게 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댄 스탠포드의 『스탠포드식 최고의 수면법』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날 나는 완벽한 집들이를 원했지만 얻지 못했다. 덜 익은 LA갈비, 질기다는 아빠의 한마디, 산더미 같은 설거지. 원했던 건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며 여유롭게 즐기는 시간이었는데, 현실은 부엌을 오가며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실패 속에서 얻은 게 있다. 부모님과 누나가 손님을 맞이할 때마다 보여준 여유가 단순히 타고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라는 것, 메뉴 선택의 중요성, 그리고 무엇보다 ‘해봐야 안다’는 진리를 몸소 깨달았다. 경험이란 게 무섭다. 한 번 해보니, 다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분명 또 똑같은 상황이 오면, 다시 어버버하겠지. 그래도 오늘보다는 더 수월하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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