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쓰는 아빠 육아 일기
아이들은 잘 때 가장 예쁘다는 말이 있다. 진짜 잘 때 예쁘기도 하지만, 아이가 자야지만 부모가 자유로워지기에 자야 예쁘다. 안 자면 밉다. 보통 아이들은 어린이집이 4시에 하원이지만, 적응 기간에는 조금 이른 하원을 한다. 어린이집 문 앞으로 1시까지 가면 아이가 조금 있다가 나온다. 오늘은 손에 풍선 꽃을 들고 웃으며 나온다. 한 달 내내 어린이집이 가기 싫다며, 아빠 엄마와 있고 싶다며 울고 불고 한 게 엊그제였는데.. 웃으며 하원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선생님께 인사 후 집으로 출발한다. 어린이집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있어 5분 거리지만 돌아오는 길 구경하고, 놀다 보면 한 없이 시간이 걸린다.
"아빠 콧물!"
오늘은 바람도 불고, 감기가 안 떨어져 집으로 빠르게 향한다. 집에 도착해 점심 감기약을 먹인다. 2주 때 콧물, 기침이 떨어지질 않는다. 약병에 물약과 가루약을 섞자마자 아이는 달려온다. 약은 맛있는 게 아닌데 달콤한 시럽 때문인지 아이들은 약을 좋아한다. 약을 간식 먹듯이 먹으려 한다. 더 많이(?)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많이 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감기야 사라져라!' 마법의 주문을 외치고 아이 입에 쭉 짜준다. 아이의 낮잠 시간은 1시 반에서 2시. 눈이 졸음을 가득 머금고 있다. 침대에 함께 눕는다.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나누니 금세 잠이 든다.
1시간 정도 잤을 때, 아이가 기침으로 뒤척인다. 그러다 갑자기 아이가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어? 평균 아이의 낮잠 시간은 2시간에서 3시간 사이이다. 고로 아빠, 엄마의 자유시간도 2시간에서 3시간 보장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1시간? 어?.. 잠을 덜 잤는지 칭얼 거린다. 오늘 낮잠은 1시간이 끝이구나라는 생각에 아이가 달라는 우유를 한팩 준다. 우유 한 팩을 순식간에 먹더니 갑자기 소파에 베개를 놓고 눕는다. 다시 잠이 들었다. 잘 때가 예쁘다. 아이 옆에 앉아 책을 읽는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책을 읽으며 형광펜 밑줄을 쓱 긋는다. 내일 해야 할 일과 떠오른 아이디어도 메모한다. 시간이 흘러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됐는데, 우유를 한팩 먹고 자서 배가 든든해서일까? 깰 생각을 안 한다. 낮잠을 많이 자도 밤에 잠을 안 자서 안될 텐데 말이다. 2시에 잠들어 3시에 일어나 다시 6시까지 잠을 자고 있다. 깨워야 하지만 깨우기 싫은 아빠의 마음. 지금 이 순간이 참 소중하다. 괜히 발을 조물조물 만져본다. 아이는 눈을 떴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마치 '나 안 잤어요'라는 느낌처럼 자리에 앉더니 중얼중얼 아무 말을 한다. 아이는 잘 때도, 안 잘 때도 예쁘다. 하지만 잘 때 조금 더 예쁘다.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은 똑같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