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싶네. 소용없지만.”
아빠와 나는 엄마를 보러 나섰다. 2025년 마지막 날. 엄마와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이 통했다.
“엄마한테 사과 깎아 갈까?”
“다 소용없어.”
아빠는 다 소용없다더니 사과를 깎고 있다. 엄마 먹기 편하게 자잘 자잘하게 자른다. 소용없다더니. 싱크대 문을 여닫으며 이쑤시개를 찾는다.
“이쑤시개 있나. 먹기 좋게 찍어 놔야지. 소용없지만.“
엄마가 좋아했던 슈크림빵과 소보로 빵을 사가자 하니 아빠는 “소용없지만, 섭섭하니까. 사서 가.” 막상 빵집에 가니 찹쌀 도너츠도 살까? 한다.
소용없다더니 이쑤시개 대신 포크를 챙겨 놓은 아빠. 정작 중요한 엄마 사진은 못 챙겼다. (영정사진은 너무 커서 들고 다니기가 힘들다.) 작은 액자를 마련해 두어야겠다.
아빠도 나도 훌쩍였지만, 마음은 가기 전 보다 가벼웁다. 돌아가신 엄마. 과거형으로 문장을 적는 게 버거워서 한동안 글을 못 썼다.
동지가 지나서일까. 어제 문득 해가 조금 길어진 느낌을 받았다. “엄마. 해가 조금 길어졌지?” 엄마도 그렇게 느꼈는지 묻고 싶었다. 엄마랑 나는 다른 건 몰라도 그런 건 잘 통했다. 대답을 들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묻는 건 할 수 있다.
엄마 편안하게 지내요. 우리도 잘 지낼게요.
집에 오자마자 아빠와 나는 빵을 나눠 먹었다. 내가 소보로 빵을 다 먹자 아빠는 의아해한다. ”아까 밥 많이 펐는데…“
“다~ 소용없어요.”
아빠하고 나하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