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게

모든 게 눈부셔

by 풀씨

아기 손 같은 단풍잎

연둣빛 아기 은행잎

어리광이 많은 봄햇살

모든 게 아름다워

두리번두리번

혹시 나만 이걸 보게 될까 봐

아까워서 두리번두리번


그러면 어디선가 모두들

활짝 웃는다

'나도 보고 있어

나도 보고 있어

너와 같이'


그래

아름다워서 모르고 싶었던 것들

너무 아름다워서 나를 뺏길 것 같았던 날들

이제 나를 다 가져가

나는 이제 별것도 남지 않았어


삭막하다고 불리는 것들이

한낮의 햇살에 따끈할 때

나도 그 햇살 속을 걷는 기적

그게 다지?

그게 다였던 거였지?


그래

이제 충분해

돌이킬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고

햇살만이 영롱하길

증발되고 싶어

햇님에게로 달려가고 싶어


따뜻하다가

뜨겁다가

사라지고 싶어

그게 다야

고마워


2022 05 03 tue


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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