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너에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씨 Nov 04. 2023

너에게 _ 두 개의 포크를 닦으며

2023 11 04  sat

너에게


너를 읽으며 집에 왔어. 너는 요즘 어떤 책을 읽을까.

책을 읽으며 가을을 걸어오다 조금 더 읽고 싶어서 

아파트 놀이터 벤치에 앉아 챕터의 끝까지 읽고 일어났어.

너도 이 책을 읽었을까? 읽고 있을까?

만약 네가 이 책을, 이 영화를 모른다면 

꼭 읽게 해야지. 꼭 보게 해야지.

너를 만난다면 말이야.

나는 요즘 매일 이 책을 읽어. 2권은 1권보다 좀 헤매는 느낌이지만

이건 문학이라기보다는 넘쳐나는 본인을 빠르게 속기한 느낌이야.

자기 자신을 붙들어 두기란 어느 시점부턴 매우 어려운 일이 되니까.

작가도 직감적으로 그런 자신을 알아차리고 매우 빠르게 복기해 놓은 느낌이야.

그래, 나는 그런 것도 조금은 서글퍼. 그리고 부러워.

그가 닿은 곳이. 그가 글로 만들어놓은 그의 바람들이.

그것들이 모두 현실이길 바라.

누군가의 사랑은 아프지 않기를 바라게 돼.

누군가의 사랑은 안온하고 누군가의 사랑은 이루어졌기를.

그래서 우리에게 조금은 기쁜 엔딩이 기다리고 있길.


집에 두 개의 포크를 사두었어.

여행에서 나는 네 생각만 했어.

네 앞에 차려줄 무언가와 그때 꺼내놓을 포크를 샀지.

너에게 사과를 깎아줄 수 있길.

너에게 이 포크로 사과를 건넬 수 있길.

바라고 바라며 포크를 닦아두었어.

반짝이는 이 포크들에 나의 주문을 걸어둘게.

너는 듣고 있니.

네가 나를 간절히 부르면 내가 들을 거라고 했잖아.

지금 내가 너를 부르고 있어.

너는 나를 듣고 있니?

나를 찾아야 하지만 찾지 못하고 있니?

내가 너를 찾지만 찾지 못하는 것처럼?


보고 싶어. 


너를 만날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잘 보내야겠다.

매일매일 건강하고 행복해야 해.

언제나 나를 보고 싶어 했길(너무했지 : ).


2023 11 04 토

2023 11 04  sat

지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