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9 12 thu
너에게
나는 언제나 네가 좋아하는 그 아이가 되고 싶었어.
내가 모르는 '나'.
네가 좋아하는 그 애.
그게 내가 되고 싶은 전부였어.
나는 도무지 그 애가 누군지 알 수 없었어.
네가 좋아하는 나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지금도 궁금해.
누구보다도 네가 잘 알고 있겠지만
당시의 넌 학교의 우주 대 스타였지.
내가 은근히 변두리 학교라 무시하던 그 중학교에서
너는 빛나고 빛나고 빛나던 아이돌이었어.
지금 돌이켜 봐도 너는 정말 굉장했어.
그런 네가 좋다는 나를 나는 이해되지 않았어.
네가 무척 좋았지만 나는 부끄러움 많은 소심쟁이였고
자존심은 셌지. 그래서 물어볼 수 없었어.
"내가 왜 좋아?"
멍청이가 아니라면 알아야 할 것 같았어.
아니면 '이런 멋진 나를 네가 좋아하는 건 당연해'라고 생각하든가.
그러나 둘 다 아니었어.
나는 너만큼 멋진 아이도 아니었고
왜냐고 물어볼 만큼 순수하거나 당돌하지도 못했어.
언제나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숨고 싶었어.
물론 집에서는 좀 달랐지만. ^^
그래서 나는 도망갔어.
<자유로운 나>라는 장소로.
보통의 '평범한 나'가 살아가는 친구들 사이로.
물론 거기도 나에게는 편하지 않았어.
언제나 내가 누군지 모호했거든.
알고 싶었어.
내가 누군지. 진짜 나는 어떤 모습인지.
그걸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이제는 그런 걸 찾는데 지쳤거나
무의미하다고 느끼는지도 몰라.
너에게 주는 그림책을 썼다고 편지마다 말했지?
네가 언젠가 보게 될까?
부족하지만 내 우정의 진심을 담았어.
그게 내가 기록한 우리의 유년이고 청소년기야.
그리고 지금이지.
나는 조금 불행하고 조금 행복해.
그게 내 인생이고 내 진심이야.
너의 많은 행복을 바라.
나에게 아름다운 시절을 주어서 감사해.
너는 언제나 나의 깊고 깊은 마음이 될 거야.
오랜만에 편지했네.
언젠가 이 또한 네가 보게 되길.
2024 09 12 목
추석을 앞두고
너의 지현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