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2
▲ 악산벨리 락 페스티벌의 정경, 김토일 공연 사진 (사진제공 : JaeKwan Kim)
1.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이라면 이번 지산밸리락페스티벌 (이하 지산락페)는 더 탐나고, 기다려지고 두근거리고.... 분명 그랬을 것이다. 지상 최고의 밴드라는 찬사를 듣는 그 분들, 라디오헤드가 온다고 했으니까. 라디오헤드를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은 너나할 거 없이 뜨거 웠을 게다. 하지만 그 뜨거운 마음에 찬물을 지는 것이 있었으니...그것은 바로 티켓가격.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라디오헤드가 어마어마한 개런티 지불을 요구해서 티켓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도 떠돌았다. 뮤즈-인큐버스-라디오헤드 의 대형 헤드라이너를 연달아 섭외해 온 지산락페의 티켓가격은 내년엔 더 무시무시해질지도 모른다. 내년의 헤드라이너가 누가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퍽킹 지산 너무 비싸 지산' 악산 밸리 락 페스티벌의 홍보 문구 였던 이 한 줄은 내 마음을 마구 흔들었다. 이 문구에 흔들렸던 나 뿐만이 아니었다. 주최 측 추산 500명을 끌어온 악산밸리락페스티벌의 인기가(?) 이를 증명하는 듯하다.
작년, 인큐버스의 브랜든 보이드에 대한 무한애정을 가지고 무리해서 티켓을 지르고 처음으로 지산밸리락페스티벌에 갔었다. 악천후에도 공연은 정말이지 끝내줬다. (배 아프지만, 올해 라디오헤드도 단공에 가까운 2시간동안 열창을 했다했니 작년보다 더 끝내줬겠지...) 워낙 막강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행사이다 보니 공연은 사실 흠 잡을 게 별로 없었다. 공연을 뺀 나머지 지산밸리의 풍경은 최악이었다. 온데에 광고부스들이 쓰레기 배출 장기 자랑하듯 덕지덕지 자리 잡고 있었으며 턱 없이 부족한 화장실과 넘치는 인파속에서 피로감은 폭풍처럼 밀려왔다. 올해도 지산밸리에 갈 수 는 있었다. 인큐버스 보다 더 사랑하는 밴드는 라디오헤드가 올테니까 . 하지만 작년보다 눈에 띄게 오른 입장료에 대한 노파심과 작년에 그 끔찍했던 쓰레기들과 거대한 인파들을 반추하니 도저히 발을 뗄 수 가 없었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 멍하니 서울에 남아있긴 싫었고 그래서 떠났다. 라디오헤딩이 있는 악산밸리락페스티벌 (이하 악산락페)로.
▲ 악산벨리 락 페스티벌의 정경, 어쩌다 밴드 리허설 사진 (출처 : 악산벨리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
2.
굿바이 지산밸리, 디스 이즈 악산 밸리 페스티벌.
톰 요크에게 안부 인사 전해줘. 하지만 톰은 CREEP은 부르지 않을거야. 만약 부른다면 정말 부럽겠다. 우린 악산 밸리에서 부를거야. 떼창을 할거야. I don't belong here.
8시부터 시작된 페스티벌에 11시쯤 도착했다. 한강잠원지구에는 50여명의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각자의 방식대로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이것이 락이다 라는 말이 간헐적으로 들렸고,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간간히 오가는 박수들, 그리고 홀짝홀짝 줄어든 시원한 여름날의 맥주.
이 날 참가한 팀 모두가 지산락페에 참가한 팀들만큼의 출중한 실력은 아니었을 게다. 하지만, 진정한 악산락페의 현장이 진정한 락이라고 느낀 이유는 세상을 향해 퍽킹 헬을 외칠 줄 알고 그 안에서 존재하면서 노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 악산벨리 락 페스티벌의 정경, Below Zero (사진제공 : JaeKwan Kim)
아마도 내 기억에, 음악페스티벌이 ‘돈’ 이 된다고 생각하고 자본들이 우후죽순으로 투자되게 된 것은 2007년 즈음이었던 듯하다. 한참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 도시에서의 축제를 모방하며 등장했고 이후 지산과 펜타포트라는 양대 락페의 대결구도가 생겼다. 그 와중에서도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은 염한 티켓가격과 믿음직스러운 라인업으로 진행되었다. 지산은 상업적자본을 가장 빠르게 흡수한 조직이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판단이 든다. 이에 악산락페는 아주 단출한 방식으로 지산에 쓴소리를 날린 아주 의의 있는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스테이지에 있는 가수들의 공연에 뛰고 노는 일방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공연의 장을 마련해 노래하고 같이 놀 수 있는 잔디밭을 준비해준 악산락페 제작진들에게 고마움을 이 글을 빌어 전한다. 내년엔 좀 더 많은 사람들, 좀 더 화끈한 음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부록으로 전하고 싶다.
▲ 악산벨리 락 페스티벌의 정경, 관객들 사진 (사진제공 : JaeKwan Kim)
페스티벌 끝물에 나온 라디오헤딩은 '라디오헤드가 지산에서 붉은악마티셔츠를 입고 오 필승 코리아를 불렀습니다. 악산이 졌습니다 ㅎㅎㅎ' 라는 말을 했다.
사실 확인 차 지산에 있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남겼는데, ‘무슨 소리냐’ 며 사실이 아니었음을 밝혀주었다. 악산락페에 가장 어울리는 개드립이지 않았나 싶다. 사실이라고 잠깐이라도 믿었던 마음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모르겠다.
지산락페에서 라디오헤드의 공연은 최고였고. 톰 요크의 오징어춤은 실제로 보니 너무 멋있었다는 주위사람들의 전언에 솔직히 부러웠던 거 인정한다. 그날 밤 악산락페에 돗자리하나와 오징어 한 마리를 사들고 가 여유여유열매를 섭취했던 나의 선택이 나쁘지 않고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는) 작은 위로로 부러움을 몰아내려 애쓰고 있다 쓰압.
많은 사람들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락페에 가는 이유는 좋은 밴드와 음악들이 볼모로 잡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볼모라면 좀 과격한 표현같지만, 비싼 비용의 가치는 밴드의 몸값과 음악의 질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니까 비단 극단적인 표현에만 그치는 것도 아닐테다. 내년에도 지산과 악산이 같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이상적인 스케줄은 지산에 하루가고, 악산에서 밤새서 노는 시나리오 같기도)
필자_씨티약국
소개_ 도시에서 건강하게 잘 살기위해서 자가치료제 개발중인 과년한 시골처자. 무상 토익 운동을 진행 중에 있으며 세상을 원망하기 전에 나부터 잘하기위해 꾸준히 행동하고, 글을 쓸 예정임.
무더운 7월 어느날. 모두 페스티벌을 찾아 서울을 떠났고, 난 어느 페스티벌에도 초대받지 못했네. 굿바이 지산밸리, 디스 이즈 악산 밸리 페스티벌. 톰 요크에게 안부 인사 전해줘. 하지만 톰은 CREEP은 부르지 않을거야. 만약 부른다면 정말 부럽겠다. 우린 악산 밸리에서 부를거야. 떼창을 할거야. I don't belong here. 노을이 지는 서울 하늘 아래. 남산과 한강을 바라보며. 강바람으로 더위를 식혀요 여러분. 친한 친구들과. 치킨 앤 맥주. 러브 앤 피스. 그리고 롹 앤 롤. 한강에서 펼치는 소규모 공연! 누구나 공연에 참여 가능해요. 언제든지 자기 노래를 뽐내고 싶으면 기타들고 와서 공연해요! 비싼 교통 숙박비 없어도 돼요. 지하철만 타고 오면 악산 밸리 페스티벌.
장소: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 / 일시: 2012년 7월 27일 금요일 저녁8 시부터~
*악산 밸리 락페스티벌에 오실 때 여러분이 알고 계셔야 할 것들에 대해서 공지할게요.
첫째, 친구들과 먹고 마실 것들을 챙겨오세요!
둘째, 쓰레기는 우리 알아서 치워요!
셋째, 돗자리와 텐트 등은 각자 가져오기!
넷째, 입장료가 없는 대신, 다음 악산 밸리 페스티벌을 위해 우리 모두 기부해요.
다섯째, 즐겨요. 부담 없이. 같이 놀아요.
라인업
20:30 어쩌다밴드
21:00 Dream High
21:30 김토일
22:00 Below Zero
22:30 선비 사운드
23:00 Radioheading & 이재훈
23:30 Otherside
공연하고 싶은 사람은 어서 쪽지 보내봐요. 퍽킹 지산 너무 비싸 지산
메인스폰서 : 제비다방 (음향장비) http://onepiecemagazine.com/xe/jebisa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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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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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더 재밌게 놀거에요! 대기업이 생색내면서 하는 락페스티벌은 매력 없어요."
- JaeKwan Kim (공연 주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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