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빵'이 빛나는 순간, 2015/12/15
내가 처음 라이브 클럽 빵 (이하 빵) 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갓 대학에 입학했던 2003년도 가을 즈음이었다.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출구를 나서면서 느꼈던 그 문화적 충격은 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뚜렷하게 남아 있다. 클럽 빵을 가기 위해 지나가야 했던 고깃집 냄새도 주변에 맴도는 것만 같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다. 나와 띠동갑인 96년생이 대학을 다니고 있고 (맙소사, 이런 날이 올 줄 이야!) 여전히 클럽 빵은 여러 뮤지션들의 무대로 활약 중이다. 클럽 빵이 처음 문을 연 게 1994년도 였으니, 그 때 태어난 아이들 중에서 몇명 쯤은 클럽 빵에서 공연을 했을 수도 있고, 관객으로서 맥주 한 병 마시며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만큼 빵은 오래, ‘홍대’ 에서 살아 남았다. 그러하기에 8년만에 라이브 클럽 빵 컴필레이션 네번째 앨범이 나왔다는 소식이 더욱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 빵 컴필레이션 4 음반 표지
빵 컴필레이션은 총 CD 세 장에 46팀의 뮤지션이 참여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컴필레이션 앨범의 특성 상, 곡에서 곡을 이어주는 흐름이나 전반적인 앨범의 색채를 찾기에는 무리가 있다. 혹시나해서 트랙을 몇번을 해서 돌려들었지만, 이렇다 할 결을 발견하기는 힘들었다. 장르를 보자면, 모던 락과 포크를 중심으로 뭐라 규정할 수 없는 깊은 울림이 있는 곡과 일렉트로닉한 곡들을 만날 수 있다. 나에게는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되는 뮤지션이 손에 꼽을 만큼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말하지 않으려 한다. 음악에 대한 기술적인 묘사는 가능할 수 있으나, 좋고싫음 혹은 완성도, 흡입력에 대한 해석은 각자가 다르기 때문에 그 해석대로 의미를 만들어낸다. 음악평론을 찾아 읽게 되면서도 완전히 믿지않는 것은 이런 이유인데, 어쨌든 일단 들어보시기를 권한다. 각자의 평가가 어떠하든 상관없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2015년 홍대뮤지션들의 현재이고, 네이버 메인페이지를 장식하지 않아도 하나의 역사로 자신의 길을 묵묵하게 나갈 사람들의 반짝이는 순간이다.
빵은 태어난 이래로 지금까지 다양한 뮤지션들을 키워내는 산파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주요 3사 연예기획사의 대박스타승률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난 3번째 컴필레이션 앨범과 비교해도 15팀이나 더 앨범에 참여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사실 지금과 같은 살인적인 부동산시세에서 공간을 지켜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빵은 대단히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앨범까지 냈다니, 우선 우리는 이들을 믿고 귀를 열어도 되리라. 멜론 차트 100곡을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이 앨범은 자장가가 될 수 도 있고, 인디씬에서도 ‘핫’ 하고 ‘쿨’ 한 스타일리쉬한 밴드들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다소 심심하다고 느낄 수 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모던락이 익숙한 청자라면 가깝게는 십년 멀게는 더 한 과거의 기억도 다시 소환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칭찬해주지 않아도 자기자신의 칭찬과 믿음으로 한 발짝 씩 시간을 보내는 것들은 아마도 언젠가 그 빛을 세상에 더 크게 보일 때가 올 것이다. 느리게 걷는 것들을 천천히 바라보는 시간 쯤은 가질 수 있지 않은가. 느리게 걷는 시간으로도, 이 앨범을 다시 한번 권하고 싶다.
▲ 컴필레이션 음반에 참여한 밴드 루스터라이드
이 사회에서 음악은 이미 다양한 예능컨텐츠로 활용되고 있지만, 어쩐지 귀가 더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을 한동안 지울 수 가 없었다. K Pop 스타를 볼 때 마다, 박진영이 심사평이 너무 영적이라 (?) 샤머니즘 심사위원이라고 꼬아 얘기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듯이 노래하는 것에 중요성, 감정을 녹여내는 가수의 능력에 대한 지적은 동의할 수 밖에 없다. 한 마디로 말하면 요즘은 너무 흔해서 지겨워지기까지 한 ‘진심’ 이라는 단어로 줄일 수 있겠다. 녹슬고 바래지고 있는 음악에 대한 진심이 어딘가에는 살아 있다는 건 팍팍한 이 세상에서 큰 위로가 된다.
루시드 폴이 CJ 홈쇼핑을 통해 새 앨범을 귤을 포함한 세트로 해서 판매한 방송을 보았다. 안테나의 참신한 기획이 배꼽빠지게 재밌기도 했고, 세월호 아이들에게 꿋꿋하게 살아가라고 담담히 말하는 ’아직, 있다’ 라는 타이틀 곡을 새벽 두시에 메이저홈쇼핑 회사를 듣는것도 참 진기한 경험이었다. 더 많이 알려지고, 자본이 끌어지는 곳에는 늘 치열한 싸움이 존재한다. 새롭게 생존하는 방식을 찾아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클럽 빵이 앞으로 몇년이나 더 버틸 지 알 수 없다. 앞으로 더 영리하고, 치열하게 단단한 ‘진심’으로 그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라고 응원해 본다. ■
*클럽빵 웹페이지 바로가기 >>> cafe.daum.net/cafebbang
**클럽빵 SNS페이지 바로가기 >>> https://www.facebook.com/Clubbbang
필자_시티약국
소개_결혼과 함께 기획자생활을 접고 주재원 아내 생활을 미국에서 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걸 매일 게으름 속에서 깨닫고 있는 중. 미우나 고우나 한국이 그립다.
출처: https://indienbob.tistory.com/959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