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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월 夕月

지는 달을 보다.

by 파포


지는 해, 석양은 내가 참 좋아하는 풍경이다.

붉게 하늘을 물들였다가 점차 사라지는 핏빛 그림자.

그 장엄한 파노라마의 순간순간을 나는 좋아한다.


오늘 새벽 러닝 중,

지는 해가 아닌 지는 달을 보았다.

태양이 자리를 비운 밤, 하늘을 묵묵히 지키던 달,

정적 속에 잠든 온 세상을 내려다보던 달빛.



달빛이 점점 큰 얼굴을 하며 땅으로 내려앉고,

하늘은 점차 푸른빛으로 밝아오는

파노라마의 순간을 묵묵히 지켜봤다.


지는 달빛과 뜨기 전 햇살이 만들어낸 하늘의 색감도 참 좋다


달이 마치 야간 불침번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매번 어두움이 깔리면 얼굴을 내밀고, 세상을 지킨다.

온 인류가 달빛 아래 편히 쉬도록 온밤을 지키고,

동녘이 밝아오면, 해와 임무 교대를 한다.


보통은 새벽러닝 중,

떠오르는 태양을 주목하여 보던 나인데,

오늘은 태양이 아닌 저무는 달이 눈에 띈다.


수고했다. 달님.

비록 한낯의 태양만큼 빛나지 않지만,

태양의 빈자리를 묵묵히 지켜준 네가 고맙다.


수고했다. 달님.

비록 한낯의 태양만큼 주목받지 않지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은은히 비쳐준 네가 고맙다.

아이폰17Pro 40배줌으로 찍은 달


연말 인사철, 퇴임하는 분들과 교류가 많아서일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퇴장하는,

선배님들이 마치 지는 달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해와 같이 눈부시게 빛나다가 사라지는 분도 있지만,

달과 같이 은은히 비치다가 퇴장하는 분들도 있다.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배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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