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꽌시문화
중국어로 관계는 关系라고 쓰고, 꽌시라고 발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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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를 이해할 때, "꽌시(关系)"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꽌시문화에 대해 다룬 다양한 책들이 있겠으나, 나도 개인 경험에 기초하여 간단히 적어보려 한다.
우선, 내가 겪은 에피소드 하나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2019년 가구 사장님과 스타벅스에서 커피챗]
때는 이미 7년 전인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내가 소속된 회사는 중국 강소성 한 도시에 공장을 건설 중이었고, 나는 인사/총무업무를 책임지는 주재원이었다. 공장이 건축되기 전에 임시사무실에서 근무 중이었고, 임시사무실의 사무가구는 AURORA(震旦) 제품을 사용 중이었다. 震旦은 매우 큰 회사이다. 상하이 와이탄에서 푸동지구 야경을 보면, 震旦의 Logo가 쓰여 있는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큰 회사인 만큼 제품의 퀄리티가 좋으나, 그만큼 가구의 가격도 비싸다.
어느 날 갑자기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AURORA(震旦) 상하이 본사의 영업임원쯤 되는 인물이라는 답변이 나온다. 편의를 위해 '가구 사장님'이라고 부르겠다. 아무튼 이 가구 사장님이 전화를 해서는 나를 만나야겠단다. 그래서 내가 근무 중이던 임시사무실의 1층 스타벅스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당시 상황은 건축 중인 공장에 사무용 가구(개인 책상/의자, 회의실 책상/의자, 응접실, 케비넷 등) 구입을 위해 가구업체 간 입찰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원래 임시 사무실 가구의 구입 및 공장에서 입찰을 위한 업체 연락은 중국 현지인 총무직원이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구 업체에서 실무급이 아닌 고위 임원이 나를 만나러 온다는 것은, 입찰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라는 것, 그리고 그 자리는 간단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에, 조용한 장소에서 식사하자는 제안을 거절하고, 공개된 자리인 스타벅스에서 차를 마시자고 역제안한 것이었다.
스타벅스에서 상하이에서 온 가구 사장님을 만났다. 옷차림과 얼굴 인상은 한눈에 보기에도 한자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마시며, 가볍게 시작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결국 입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 회사가 공장을 짓고 있는 걸 알고 있고 추후 가구가 대량으로 필요할 걸 알기에, 임시사무실에 가구를 저가로 제공했었는데, 이번에 정식 입찰에서 꼭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입찰은 구매부서에서 정해진 기준과 Process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나는 이런 표면적인 이유로 가볍게 대화하고 넘어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분이 점점 더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박총(중국에서는 총감总监이라는 호칭을 자주 쓰며, 상대방의 성에 총을 붙여서, 우리가 박사장님~ 하듯이 박총~ 이라고 자주 한다.)을 만나보니, 중국에서 생활도 꽤 한 것 같고, 중국어도 잘하시는데, 그래도 아직 중국의 문화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중국의 꽌시 문화를 설명드릴 테니 한번 들어 보세요" 이런 말로 강의를 시작한다.
"중국에서 꽌시는 매우 중요합니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도, 사업을 하는 데에도 꽌시는 매우 중요하죠. 꽌시의 핵심은 '인정人情'과 '이익利益' 두 가지 단어예요. 情은 따뜻한 마음입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도와주게 되면, 情에 빚을 지게 되는 거죠(欠人情, 중국에서 인정을 빚진다는 표현), 그렇다면 나중에 빚을 갚게 됩니다(还人情, 중국에서 인정을 갚는다는 표현). 따라서 박총이 이번에 저를 도와주면 제가 박총에게 人情을 빚지게 되고(欠人情), 언젠가 박총에게 빚을 갚을 기회(还人情)를 가지게 될 겁니다."
흥미진진한 그의 일장연설을 들으며, 나는 시계를 보고 있었다. 입사자 면접 등 다른 바쁜 업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사장님,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가구업체 결정은 구매부서에서 할 거예요" 이야기를 어느 정도 마치고,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신호를 주고 있는데, 가구 사장님이 조금 더 다급해진 모양으로 조금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꺼낸다.
"조금만 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인정人情'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아요. 결국 '이익利益'과 연계가 되어 있죠. 당장은 '인정'이라는 따뜻한 마음만 전달되더라도, 결국 나중에는 '이익'이 뒤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없으신 듯 하니, 직설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가구를 써주십시오. 영업대표로 저에게는 공식적으로 총 거래금액의 x%를 리베이트로 줄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불법적인 게 아니에요. 박총이 아직 중국을 잘 모르시나 본데, 박총이 안 받으면 누군가가 받을 겁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다니... 나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하고,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휴대폰의 마이크 기능을 켜놓고 다시 자리에 돌아왔다. 이미 나에게 리베이트를 개인적으로 주겠다고 대담하게 이야기한 사람이, 나중에 어디서 어떻게 이야기할지 알 수 없어서, 내가 거절한 것을 정확히 기록해 놓고, 혹시 모를 오해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마이크가 켜진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뒤집어 놓은 채로 대화는 이어졌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중국의 꽌시 문화는 '인정'과 '이익' 두 가지의 결합체입니다. 제가 공식적인 권한으로 박총에게 리베이트라는 '이익'을 주고, 박총도 저희 업체가 입찰이 될 수 있도록 '인정'을 써주면, 저에게도 회사에서 성과라는 '이익'이 생깁니다. 이렇게 저희의 꽌시가 생성되면, 박총이 앞으로 중국생활을 할 때, 언젠가 제가 빚진 '인정'을 갚을 기회도 생길 거예요."
나는 가만히 들으며, 예의 바르게, 그리고 분명하게 거부하였다. "어떤 명분으로든 개인적으로 돈을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돈을 받는다는 것은, 제가 업무를 잃을 가능성을 받는 행위입니다. 가구의 품질이 좋으니, 높은 가격만 조정해 주시면, 구매부서에서 입찰할 때, 객관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이런 정도의 말을 했던 것 같다. 나의 거부 의사를 들은 그는 이제는 조금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번에 우리 말고 B가구업체가 낮은 단가로 들어왔다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말씀드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제가 듣기로 박총 아래에서 일하는 행정직원이 이미 리베이트를 어느 정도 받기로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 소식을 듣고, 우리도 더 많이 줄 수 있다고 말씀드리려고 상하이에서 직접 온 겁니다. 아까 말씀드린 x%가 낮다면, 제가 y%까지는 드릴 수 있도록 윗선에 보고해 보겠습니다... 만약 귀사에서 알게 될까 봐 걱정하신다면, 염려 마십시오. 제가 이런 일은 알아서 잘합니다."
한국에서 근무할 때, 징계 관련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다. 특히 중국에서 건축이나 설비관련하여 업체로부터 돈을 받아서 징계된 사례들을 많이 보았다. 대개 제보자는 돈을 준 사람이고, 제보 시기는 한참을 지나서, 여러 가지 사유로 업체를 재변경할 때였다. 이런 비리의 손길이 나에게도 뻗쳐오는 그 순간을 의식하며, 녹음하면서, 나는 관찰하였다. 그리고, 중국의 꽌시문화의 일부분에 대해 배웠다. 인정과 이익이 얽힌 관계, 사업에서 꽌시는 단순히 인정이 오가는 관계가 아닌 비즈니스 관계이다. 인정의 옷을 입은 이익의 관계이다.
Part2. 상하관계, 집단&개인
다음으로 중국의 상하관계와 집단과 개인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공자는 중국 사람이지만, 유교는 한국에서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다. 중국은 공자의 나라이지만, 유교의 영향력은 한국보다 약하다. 결론적으로 중국에서의 상하관계는 한국에서의 상하관계와 약간은 다르다.
1. 중국에서는 나이에 따른 위계가 없다.
한국인들이 처음 관계를 맺을 때, 소통에서 빠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나이를 묻는 것. 그리고 호칭을 정리하는 것이다. 대개 나이에 따라 위아래가 결정되고, 언어를 통해 상하 간의 차이를 반복적으로 확인한다. 1살이라도, 때로는 12월생과 익년 3월생처럼, 3개월간의 차이라 하더라도, 한국인에게 위아래는 분명하다. '내가 형이고, 네가 아우이다. 그러니 너는 나를 존대해야 한다.' 이러한 의식이 있고, 언어에서 발현되고 강화된다. 나이를 50을 먹고, 60을 먹고, 70을 먹어도, 태어날 때의 몇 개월 차이로 인한 불평등은 극복할 수 없다.
그런데, 공자의 나라 중국에서는 나이에 따른 위계 문화가 없다. 오히려 나이 많은 것을 자랑하는 한국인을 이상하게 여긴다. 간혹 궁금해서 나이를 묻는 경우가 있으나, 대개 나이를 묻지 않고, 서로 나이를 밝히더라도, 그뿐이다. 나이에 따라 위아래가 나뉘지 않는다. 의식에서도 언어에서도 나이에 따른 상하개념을 가지지 않는다. 중국에는 존댓말이 없다. 높이는 단어나 공손한 말들은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처럼 존댓말/반말 개념은 없다. 그러다 보니 부러운 점이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한국인들은 1살 차이만 나더라도, 영원한 형/동생의 관계이다. 같은 년도생이 아니면 쉽게 친구가 될 수 없다.
2. 중국에서는 직책에 따른 위계와 사부/사제 관계가 중요하다.
중국에서 나이의 위계는 없지만, 회사에서 업무상 역할에 따른 위계는 있다. 직급과 역할에 따른 위계, 회사 내 권력의 순위인 서열은 분명하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윗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리더로서 나이가 많은 사람을 대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업무적으로는 수직관계라고 하더라도, 업무가 아닌 생활 측면에서는 비교적 평등하게 대우한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부서의 리더에 대하여는 깍듯이 존경하나, 옆팀의 부서장에 대하여는 상하관계의 느낌이 거의 없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선배/후배 개념은 약하고, 사부/제자 개념은 강하다. 선후배의 개념이 약하다 보니, 먼저 입사한 선배라고 해서 내심 후배들을 무시하고, 후배라고 해서 선배들을 존중해야 하는 문화는 없다. 갈등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선배가 후배를 가르쳐 주는 지식전수 측면에서는 약점을 드러낸다. 중국에서 '내가 선배고 네가 후배니까 알려줘야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의 지식은 나의 자산이니 쉽게 알려줄 수 없지'라는 개인주의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사부와 제자 간의 관계로 맺어지면 또 다르다. "一日为师,终身为父"라는 중국의 성어는 하루라도 스승이었다면, 평생을 부모와 같이 존경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질 맺어진 사부/사제 관계는 부서를 옮기거나 회사를 떠나더라도 남을 정도로 오래간다.
3. 중국에서 집단문화가 한국보다 약하다.
2019년에 상영된 영화 "少年的你(소년 시절의 너)"는 중국의 고등학교에서의 왕따와 폭력문제를 다룬다. 그러나 대부분 중국인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중국의 학교에서 왕따 현상은 한국처럼 심하지 않다고 한다. 물론 지역차이와 시대적인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중국은 다양성에 대한 수용성이 한국보다 강하다. 한국에서와 같이 "집단의 규범에 따라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해"라는 암묵적인 강요는 약하다. 중국에서 명시적으로 상부에서 오는 지시에 따른 통제는 잘 지켜진다. 그러나 문화적으로 소속 집단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행동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 눈치를 주는 경우는 한국 혹은 일본에 비해 약하다.
중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사회주의 사회에서 오히려 개인주의가 더 강하게 표출되는 역설적인 순간들이 종종 있다. 중국인들은 공권력에 대한 통제와 수용에는 잘 따르지만, 구성원 간에 위계에 의해서, 혹은 집단 심리로 개인의 행위를 통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타인의 행동에 대해 눈치를 주거나, 오지랖을 가지고 참견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층간소음에 대해서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제제를 요청하지만, 직접 쫓아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길거리에서 싸움이 일어나도 공안(경찰)에 제보를 하고 구경은 하지만, 직접 나서서 싸움을 말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 중국인들은 '상황통제욕구(상황을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하려는 욕구)'가 한국인 보다 약하다고 생각한다.
군대에서도 최전방의 내무실 군기가 재일 약하다. 반대로 후방의 내무실 군기는 매우 강하다. 무슨 이야기냐면, 군대에서, 최전방은 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훈련도 난이도가 높다보니, 내무실(지금은 생활관)내에서는 군기를 잡을 여유가 없고, 분위기가 좋다. 반면 환경이 좋고, 훈련도 할 만한 후방부대에서는 내무실 분위기가 안좋다.
사회주의 사회, 오히려 집단의 통제가 심할 것 같은 사회에서 개인의 행위에 대해 더 관대한 것에 대해서 나는 군대의 내무실 군기와 같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공권력에 대한 지시에 대해서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통제의 사회, 그러다 보니 개개인간의 행위에 대해서는 오히려 서로 통제하려는 경향이 낮다.
중국에서 공부하고, 생활하고, 일하면서 느낀 중국인의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을 이상과 같이 적어보았다. 나의 주관적인 시각에 기초한 내용이고, 중국은 넓고 다양하기에 내 생각과는 다른 이견이 있을 수도 있고, 내 생각이 모두 맞다고 주장할 이유도 없다. 다만, 이 글을 통해 가깝고도 먼 중국에 대해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이 글을 쓴 목적은 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