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 : 몇 가지 장면들]
우선 중국에서는 당연하나,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한국인에게 신기한 현상들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스타벅스, 맥도널드의 장면
중국에서 스타벅스를 간다면, 커피를 다 마시고 난 후에 자리를 치울 필요가 없다. 그냥 그대로 나가면 된다. 테이크아웃 커피잔 정리는 종업원들이 한다. 심지어 스타벅스 제품이 아닌 개인적으로 가져왔으나, 버릴 물건들도 놔두고 오면, 알아서 치운다. 맥도널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식당과 커피숍에서도 그렇다. 뒷정리는 손님 몫이 아니다. 매장의 종업원들이 할 일이다. 물론 손님인 내가 치웠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2. 저녁식사 자리에 마실 술 가지고 다니기
중국에서 접대를 하거나 회식을 할 때, 그날 마실 술은 대개 미리 챙겨 온다. 특히 중식당에서의 식사자리라고 하면, 백주를 챙겨 오기 마련이다. 물론 식당에도 판매하는 백주가 있다. 그러나 그건 차선책이다. 보통은 접대하는 측에서 술을 챙겨서 온다. 요즘 중국 공무원들은 와인도 많이 마시는데, 와인과 백주를 챙겨 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중국 식당에서 콜키지는 없다. (서양식 고급 레스토랑 등 일부 식당에는 콜키지가 있을 수 있다.)
#3. 식당에서 다른 식당 음식 주문하기
"외부음식 반입금지"가 공식 Rule인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중국의 대부분의 식당에서, 다른 식당의 음식을 시켜서 먹는 행위가 No problem이다. 난이도가 쉬운 것부터 말하면, 훠궈(중국식 샤부샤부) 집에서, 밀크티를 와이마이(外卖, 휴대폰으로 배달을 뜻함) 한다. 음식점에서 음료수를 시키는 것에 한수 더 보태면, 음식점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다. 쉽게 말해서 양꼬치 집에서 마라탕을 와이마이 해서 먹는다. 심지어 바로 옆에 식당에 주문해서 가져다 먹기도 한다. 또한 스타벅스에서 와이마이로 피자를 주문해 먹기도 한다.
#4. 식당의 소음은 기본이다.
중국에서 식사는 문화다. 단순히 같이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닌 굉장히 중요한 문화이다. 그러다 보니, 식사자리는 대개 왁자지껄한 소리가 가득하다. 다른 테이블의 소음이 싫다면 미리 룸이 있는 장소를 예약하면 된다. 괜찮은 중식당의 대부분은 단독 룸을 가지고 있다. 만약 룸이 아닌 홀에서 식사를 하는데, 옆 테이블이 시끄럽다고 해도, 중국인들은 대개 반응하지 않는다. 옆테이블의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대개 나와 같은 한국인이다.
위의 네 가지 현상들은 한국인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행위들이다. 한국에 관광온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해 "자리정돈을 안 한다", "지나치게 시끄럽다", "외부음식을 가져온다."라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을 위해 변명을 하자면, 그들이 하던 행위들에는 고위성이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있지는 않다. 그동안 중국에서 해오던 대로 한 것뿐이다. 중국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행위들이다.
중국에서 첫 번째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귀국한 나 또한 위의 현상들이 자연스레 몸에 배어 있었다. 특히 스타벅스에 가서 잔을 치우지 않고 가다가 혼자 놀란 적이 많았다.
물론 한국이라는 나라에 오는 관광객으로서 기본적인 한국의 문화에 대해 알고 와야 한다. 그리고 한국인인 우리도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단순히 우리의 잣대로 판단해서, 혀를 차며 비난만 해서는 안된다.
[분석 : 현상 이면의 문화차이]
#1. 실용 vs 원칙
중국에서 살면서 느끼는 것은, 중국이 상당히 실용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을 모르는 사람들은 흔히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에고, 통제된 사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이야기이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공산당의 지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통제되는 모습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중국을 만나면, 중국이 상당히 실용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실용적이라는 말을 달리 말하면, 편리하다. 돈을 쓰기에 편리하고, 생활하기에 편리하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된다"라는 것이 많지 않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중국은 한국보다 더 자본화된 사회, 돈을 쓰기에 더 편리한 사회이다.
중국인 친구와 식당에서 다른 음식을 시켜 먹는 일에 대해 토론해 본 적이 있다. 한국인인 내 입장에서, "어떻게 식당 주인이 다른 식당에서 음식 시켜 먹는 걸 허락할 수 있어?" 이런 질문을 하게 되고, 중국인 친구는, "식당 주인 입장에서는 손님이 내 매장을 이용해 줘서 고맙고, 내 매장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라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면에서 중국인과 한국인은 생각의 구조가 다르다.
#2. 관용 vs 획일(눈치)
중국인은 타인의 행동에 대해 보다 무관심하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크게 관심이 없다. 다양한 행동에 대해 좀 더 유연하다. 물론 중국에도 뒤에서 사람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문화는 있다. 그러나 앞에서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서는 타인에 대한 의식을 덜 하게 된다.
비교적으로 말하면, 한국인은 타인의 행동에 대해 통제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한국인은 원칙을 강조하며, 타인에게 엄격하게 요구한다. 눈치와 압박이 심하다. 모나면 정 맞는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조금 더 경직되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타인의 상황에 대해 무관심하기에 길거리에서 싸움이 벌어져도 쉽게 참견하지 않는다. 또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중국에서 누군가가 길을 물어볼 때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반면 한국인은 타인의 행위에 관심이 매우 많다. 물어보지 않아도 알려주려고 한다. 훈수와 오지랖에 능하다.
마치며.
한국에서는 비난받을 이야기들이 중국에서는 당연한 일인 경우와 그 이면의 문화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보았다. 단순히 "중국인은 왜 저래?" 하고 비난하고 말 것이 아니라, 문화차이를 인식하였으면 한다. 이상의 이야기는 물론 보편적인 이야기일 뿐이며, 중국의 지역 간 차이, 그리고 개인 간의 차이는 존재한다.
나는 대개 비교를 통해 타인이 아닌 나를 들여다보는 편이다. 타인은 변화시킬 수 없으나, 나의 변화는 가능하다. 물론 나의 변화도 어렵다. 중국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지만, 자연스레 비교적으로 한국의 문화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그 이유는 내가 친중이어서가 아니다. 내가 한국에 애착이 강한 한국인 이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