内卷(neijuan)

중국 이야기

by 파포


内卷(neijuan)

“你知道'内卷'吗?(너 内卷이 뭔지 알아)” 몇 년 전부터 중국인 지인들로부터 종종 듣는 질문이다. 아직 네이버 사전에는 정확하게 번역되어 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었다. 지금은 内卷의 뜻을 알고 있으나, 한 마디로 번역할만한 마땅한 단어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 굳이 번역하자면, ‘내부의 극심한/과도한 경쟁’ 정도가 될 것 같다. 内卷은 최근 온라인상의 유행어로, 과도한 경쟁으로부터 오는 부작용을 비판하는 용어이다. 중국인 직원들과 内卷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대개 그들의 눈에는 연민이 가득하고, 혀를 끌끌 차거나,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기 마련이다. '만만디(慢慢地)-느리게'의 나라 중국이 이제는 극심한 경쟁사회로 변모하였다.


内卷은 학교와 직장 모두에 있다. 중국의 학구열도 한국 못지않게 심각하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아파트에서 투신자살 하는 중국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한국의 수능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까오카오(高考)'를 통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중국인 학생들도 치열하게 살아간다. 사견이지만, 한국에서는 왕따 등 집단 괴롭힘으로 투신자살 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의 중국인 친구들에 의하면 중국 학교의 왕따 문제는 한국처럼 심각하지는 않다고 한다.



최근 유행어로 996도 있다. 996은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6일간 근무한다는 뜻으로, 장시간 노동을 풍자하는 유행어이다. 한국은 언제부터인지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주 52시간제가 정착하며 워라밸이 지켜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주 4.5일 근무(금요일 오후 휴무 or 격주 금요일 휴무)에 대한 논의도 노동분야의 화제이다.


중국의 초과근로는 법적으로는 한국보다 엄격하다. 한국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52시간 근무’가 규정이지만, 중국은 월 36시간 초과근로 금지‘가 규정으로써, 시간으로만 따지면, 법정 연장근로 한도가 한국보다 짧다. 그러나 중국에서 연장근로에 대한 법과 현실의 괴리는 너무 크다. 실제로 대부분의 공장의 근로자들은 소위 말하는 맞교대(2조 2교대, 주간조와 야간조가 12시간씩 교대로 근무)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럴 경우, 통상 한 달에 2일 정도를 쉬는데, 월간 초과근로 시간은 월 100시간을 훌쩍 넘긴다.


연차휴가와 법정휴일의 경우도 한국보다 훨씬 짧다. 연차휴가는 만 1년 근무 시 5일, 만 10년 근무 시 10일로 한국에 비해 매우 적다. 그래서 휴가가 모자랄 경우에는 무급휴가인 사가(事假)를 쓰게 되고, 그 날치 일당은 급여에서 공제된다. 법정 휴일도 한국보다 적다. 춘절, 노동절, 국경절 등 명절의 경우에는 머나먼 고향까지 왕복시간을 고려해서 길게 쉬지만, 대신 연휴 전/후로 대체근무일을 부여한다. 한국처럼 하계휴가, 크리스마스 이후의 연말 조기 종무 후 휴가 같은 개념은 아예 없다.




워라밸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선진국을 닮아 가는 것 같다. 과거에 한국에서 근무하며 중국 주재원들과 통화를 하면, 대부분 주재원들은 한국본사와 밤늦도록 화상회의를 하고, 밤낮 주말 없이 일하는 한국스타일로 근무를 해야 본사의 요구를 맞출 수 있는데, 중국인 직원들은 칼퇴를 하고, 또 오침을 하고 그래서, 주재원들만 고생한다는 푸념을 듣기 일쑤였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하였다. 중국인 직원들이 한국본사는 대개 매월 휴일이 있고, 금요일마다 패밀리데이, 여름엔 하계휴가, 연말엔 종무휴가 등 너무 많이 쉬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평소에도 업무시간 이후에는 한국의 담당자가 칼퇴해서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워라밸은 좋은 일이다. 우리는 돈 벌다 죽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고, 당연히 인생을 즐기는 것이 좋다. 다만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근면으로 산업을 일구어 어느 정도 살게 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잃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무조건 예전처럼 장시간 근로를 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면 시간당 생산성을 높이거나, 고부가가치 산업이 많아져야 할 텐데 딱히 이렇다 할 솔루션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内卷은 비관적인 용어로,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경쟁을 통한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중국의 경쟁을 회사 간의 경쟁과 개인 간의 경쟁으로 나누어 본다면, 우선 회사 간의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


중국은 자원도 많고, 인구도 많은, 뭐든 많은 나라이다. 그런데 이런 나라에서 경쟁을 치열하게 해서 각 분야에서 소수의 기업만 살아남으니, 살아남은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을 정부가 주도한다. ‘제조 2025’를 내걸고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려는 사업에 대해 어마무시한 보조금을 주어서, 너도나도 뛰어들게 한다. 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 회사도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하에 우후죽순으로 회사가 설립되어 경쟁을 벌이고, 결국 살아남은 CATL은 금세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회사가 설립되고 사라졌다. 최근에는 AI에 보조금을 풀어서, 많은 기업들이 AI 산업에 뛰어들려고 하고 있다.


중국은 다양성과 획일성을 모두 가진 나라이다. 다양성과 획일성을 모두 가진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들릴 것이다. 중국에는 여러 분야에서 없는 게 없다고 할 정도로 Spectrum이 넓다. 그러나 보편적인 생활에선 획일화되어 있다. 무슨 말이냐면, 중국에서는 어느 도시를 가든 비슷한 인상을 느끼게 되는데, 왜냐하면 각 분야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기업들이 모든 도시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는 공유자전거 춘추전국 시대에서 생존한 초록색, 파란색, 노란색 자전거가 똑같이 있고, 쇼핑몰을 가면, 어느 도시를 가든 대개 똑같은 같은 매장들이 자리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도 일리바비와 징동 양자구도로 되어있고, 전자페이도 위챗과 즈푸바오 양자구도로 되어 있으며, 배달서비스도 美团과 饿了吗 양자구도이다. 그러니, 우후죽순 같은 경쟁에서 양강으로 살아남은 기업은 생존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회사를 운영했을까? 그리고 생존을 하면, winner takes all로 이 넓은 중국 시장을 점령하게 되니, 당연히 있는 힘을 다해 경쟁힐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기업간이 아닌 개인 간의 경쟁에 대해 논해 본다면, 이는 또한 다양한 모습을 띤다. 중국인들이 한국인 보다 치열하게 산다는 이야기에 대해, 중국에서 근무하는 한국 주재원들은 대부분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한국기업에서 근무하는 중국직원들은, 중국 민영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는 다르다. 외자기업을 선택한 이들은 회사의 안정성과 복지제도 등을 선택한 경우로, 더욱이 한국기업에서 근무한다면 주요 리더는 대부분 한국인이라 유리천장이 있음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인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일하는 게 학습된 인원들이다. 반면, 생존경쟁을 위해 치열하게 일하는 이들이 있다. 알리바바, 샤오미 같은 중국의 회사들은 고연봉이지만 매우 높은 근로강도로 유명하다.


중국도 점점 닫힌 사회로 가고 있지만, 아직은 개천에서 용 나오는 시대이다. 기업도 개인도 성장 기회가 더 많다. 그래서 성장기에 있는 민영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매우 열심히 일한다. 또 때론 정치적으로 일한다.


内卷(neijuan), 내부의 과도한 경쟁, 사회문제이자, 현재 중국이 급격하게 경제 성장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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