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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삐용 Dec 28. 2024

통제를 잃었다는 너에게

아들아, 말에 다시 타거라

데이비드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해 한껏 상기된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눈물이 곧 터져 나올 것 같은, 위태롭도록 안쓰러운 눈빛으로 소리쳤다.


"아니, 아버지...! 더 이상 제 힘으로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이 얼마나 

끔찍한 설움인지 모르세요? 저는 더 이상 제 인생의 주인이 아닌걸요. 길을 완전히 잃어버렸어요. 

길을 찾을 수 있는 나침반도, 지도도 없다고요."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듣고 잠시의 고민도 없이, 

확신에 찬 미소를 머금고 답했다. 


"아들아, 인간의 하찮은 두 다리만으로 광활한 벌판을 걸어 다니는 것이 인생이 아니란다. 

인생은 말을 타고 가는 것과 비슷하지. 사람이 고삐를 당겨 방향을 지시할 수 있지만, 

결국 어떻게, 언제 나아갈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그 말이야. 

어떤 날은 말이 너의 말을 온순하게 듣고, 또 다른 날은 제멋대로 새로운 길로 갈 수 있어. 

말을 잘 통제했다고 옳은 길을 가는 것도 아니고, 통제하지 못했다고 틀린 길을 가는 것도 아니지.

통제한다는 개념은 신뢰하지 못한 자들이 만든 상상의 산물일 뿐이야. 

신뢰라는 것은 숭고해서 가슴이 타들어갈 정도로 그것을 열망하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어.

말은 네가 그린 불완전한 지도와 상관없이 

정말로 네가 가야 할 곳을 데려다줘. 운명이라고 할 수 있지. 

그 길이 늑대가 가득한 어두컴컴한 숲길일 수 있고, 

목구멍을 따갑게 하는 모래바람 가득한 사막일 수도 있어. 

하지만 그 말은 항상 너와 함께 하고, 머지않아 너의 힘으로는 찾을 수 없는 약속의 땅으로 이끌 거야.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 말을 믿는 거야. 

아무 말 없이 콧방귀만 뀌더라도 그 단단한 발굽과 호담한 기운을 경외할 필요가 있어. 

아들아, 지금 너의 문제는 통제력을 잃은 것이 아니라 말에서 떨어졌다는 거야. 

누구나 몸이 지쳐버리면 말에서 떨어질 수 있어. 하지만 다시 안장을 잡고 올라와야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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