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플랜>

개표시스템에 합리적 의문을 제시하다

by 파피용

※ 본 리뷰에는 많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으니, 읽기 전 참고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투표가 아니라 개표가 결정한다


영화 <더플랜>은 대한민국의 기존 개표시스템에 의문을 제시한다. 근거 없는 단순한 추측이나 억측이 아니다. 4년여간의 끈질긴 추적과 연구의 결과다.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님이 제작자로 나섰고, 최진성 감독님이 연출을 맡았다.

그 누구도 예상 못했던 대한민국의 국정농단(!) 사건! 이로 인해 조기탄핵이 결정되면서 영화 제작기간도 빠듯해 졌다. 영화 <더플랜>은 원래 2017년 11월을 개봉 목표로 잡고 제작되던 영화였다. 영화의 특성상, 대선 전에 개봉 안하면, 의미가 없는 영화이기 때문에 무조건 4개월 안에 영화가 제작돼야만 했다. 최진성 감독님은 불가능해 보였던 이 미션을 정말 멋지게 해냈다. 다큐이지만, 누가 봐도 정말 흥미있게 볼 수 있을만한 영화였다. 영화의 만듦새도 기대 이상이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었을까. 최진성 감독님의 다음 영화인 <저수지 게임>도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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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플랜>은 2017년 4월, 인터넷을 통해 선공개됐다. 일반적으로 극장 개봉을 하는 게 우선이기는 하지만,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미리 공개했다. 그것도 하이라이트만 요약한 게 아니라 전편을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말 파격적이었다. 감독님 입장에서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애써 공들여 찍은 영화가 극장이 아닌, 인터넷에 공개됐으니. 그래도 좋은 의도로 이렇게 이뤄진 거니까, 충분히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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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플랜>은 온라인에 공개 된 지 이틀만에 100만 조회수를 돌파했고,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결국, 선관위의 답변까지 이끌어냈으니 말이다. (정말 기대 이하였고, 아쉬움이 많은 답변이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컴퓨터에 대한 맹신


영화 <더플랜>을 보고 나서, 충격이 더 컸던 이유는 내 안의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머리를 강하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랄까.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컴퓨터에 대한 신뢰'가 일순간에 무너졌다. '컴퓨터니까 정확하게 알아서 했겠지' 아마 대다수는 이렇게 생각해 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건 너무 안이하고 안일한 생각이었다.

영화 <더플랜>에는 통계와 컴퓨터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건 '컴퓨터에 대한 맹신을 버리라'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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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커티스
변호사
개표조작 프로그램의 원본코드를 만든 장본인
당신의 투표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거죠.
개표가 정확할 때도 있지만
늘 그렇다는 보장은 없어요.
누군가 개표결과를 조작한다면
사실상 그걸 확인할 길이 없어요.
먼저 컴퓨터에 대한 맹신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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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플랜>은 첫 장면에서 현재 한국의 개표 시스템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무용수들의 퍼포먼스를 통해 리드미컬하게 개표순서가 소개되는데, 첫 시퀀스부터 인상적이었다. 무용감독님과 무용수 분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해 주셨다고 하는데, 영화 <더플랜>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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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개표 시스템은 언뜻 보면, 정말 체계적이고, 빈틈 없는 시스템 같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도 분명한 빈 틈은 있었다. 그냥 용인하기에는 너무나 큰 빈 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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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지분류기로 먼저 표를 걸러내고, 수개표로 재확인을 하는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여기서 수개표는 명목상의 절차일 뿐, 철저한 재확인이 이뤄지지 않는다. 앞서 말했던 '컴퓨터에 대한 맹신'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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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일 국정감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문상부 씨의 답변 중에서
제가 단언코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이 기계는 속이지 않습니다.
사람은 믿기가 어렵습니다.


선관위 사무총장의 답변은 절대적인 진실일까. 영화 <더플랜>은 그 맹점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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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대 대선에서 무효표는 0.3%(112,360표)에 불과했다. 그런데, 기계는 거기에 10배에 해당하는 3.6%(1,111,165표)를 읽지 못하고 미분류표로 토해냈다.


왜 그렇게 많은 표를 미분류표로 토해내지?
투표하는데, 100명 중 3명은 부주의하게 선을 걸쳐서 투표한다는 건가?
기계를 믿어도 되는 건가?


이 하나의 질문에서 영화 <더플랜>은 출발한다. 기계의 오류율이 3%가 넘는다는 것. 이런 기계를 계속 써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 일단, 미분류표가 이렇게까지 많이 나왔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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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문제의식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문제제기를 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었다. 영화 <더플랜>에서는 각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심도깊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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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보니파즈
변호사
National Voting Rights Institute 설립자
미국은 무작위 추출 방식을 사용합니다.
투표지를 재확인하지 않아요.
75%가 종이 기록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투표를 하는데
그 종이 기록지를 다시 들여다보진 않죠.
오직 기계에만 의존해
표를 집계하고 결과를 도출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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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스타크
UC 버클리 통계학과 교수
오류율이 3% 이상이라는 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이 점에 관해 해명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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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존스
아이오와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
과연 기계를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기술자 한 명이 전국 선거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대부분의 개표기는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 상태로 개표를 진행하죠.
그래도 노련한 해커는 기계에 침입할 수 있어요.
이것은 소설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악명높은
스턱스넷 바이러스가 있어요.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컴퓨터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죠.

보안키는 호텔키와도 같아요.
이 보안 카드만 있으면 제 호텔 방에 들어갈 수 있어요.
이걸 보안 분야에서는 전문용어로
'보안 쇼(security theater)'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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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딜
스탠포드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
컴퓨터 전문가로서 말씀드리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결함이 없는
완벽한 기계는 없습니다.
조작을 완전히 차단할 수도 없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예요.


관리가 잘 된 선거에서
옵티컬 스캐너를 사용한 경우
미분류표의 비율은
일반적으로 1% 미만입니다.
따라서 3%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개표기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공식 보고나 조사가 있었나요?


참고로, 한국의 투표지분류기는 옵티컬 스캐너 방식이다. 미분류표는 보통 1% 미만으로 나와야 하지만, 18대 대선에서는 미분류표가 3% 이상이 나왔다. 이는 분명 의심이 들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한국 선관위에서는 이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다. 영화 <더플랜>은 선관위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다. 현재 개표시스템에 하자가 발견됐으니, 이에 대한 명백한 답변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 무려 4년간의 준비 기간이 걸렸다. 그 노력과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선관위에서는 명확한 피드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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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홍크레이프
네덜란드 출신의 해커이자, 컴퓨터 보안전문가
우리는 네덜란드의 전자투표 시스템이 걱정됐어요.
네덜란드의 '네답'이라는 회사가
독일에도 전자 투표용 컴퓨터를 공급하기 시작했어요.
이 컴퓨터는 공식적으로는 투표 기계로 불렸어요.
보통 기계는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세탁기는 빨래만 하는 것처럼 말이죠.
반면 컴퓨터는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게 '투표기계'가 아니라
'투표 컴퓨터'임을 부여주려 했죠.
그래서
우리는 투표기계를 해킹해서 체스게임을 만드는 실험을 했어요.
이 실험은 네덜란드는 물론, 독일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죠.


문제는 투표기계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사람을
그저 믿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우리에게 필요한 건 보안이 아니예요.
우리가 필요한 건
투명성이 보장되는 거예요.
검증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검증이 불가능하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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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간의 제작기간동안, 정말 많은 인터뷰가 이뤄졌다. 어떻게 이걸 다 찍을 수 있었을까. 보면서도 정말 놀라웠다. 여기에는 제작자였던 김어준 총수님의 역할이 컸다. 4년 전부터 이 문제를 파기 시작하면서, 세계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긴밀한 컨택을 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모두들 바로바로 응해 주셨다고.

전문가들의 면모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모두들 그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들이다. 만약 김어준 총수님이 사전에 미리 컨택하지 않았더라면, 인터뷰를 이렇게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영화 <더플랜>의 제작기간은 명목상으로는 4개월이지만, 실질적으로는 4년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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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화신
퀸즈 대학 통계학과 겸임교수
저는 빼기가 아니라, 나누기를 3번 해봤어요.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미분류에서 나온 후보들의 비율과
분류표에서 나온 후보들의 비율이 같아야 해요.


P1 = 후보1 분류표

M1 = 후보2 분류표

P2 = 후보1 미분류표

M2 = 후보2 미분류표


Relative ratio (상대적 득표율) = K

K = (P2 / M2) / (P1 / M1)



전문가들의 인터뷰는 현화신 교수님의 인터뷰에서 정점을 맞는다. 단, 나누기 3번만으로 미분류표의 규칙성을 찾아냈다. 전국 251개 투표소에서 단 하나의 규칙이 나왔는데, 그 숫자는 1.5였다. 여기서 1.5보다도 더 중요한 건 이 숫자가 정규분포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떤 컨테이너에 물이 있다고 가정해 보죠.
근데 그 컨테이너에 의도적으로 빠져나올 구멍을 만들어 놨어요.
한쪽에는 96, 한쪽에는 4, 두 출구로 물이 빠져나갈 텐데요.
어느 출구로 나오든 그 비율은 1이 될 수밖에 없죠.
정확히 1은 될 수 없지만, 1에 가깝다면, 정상이고,
그게 아니라면 비정상이다, 그렇게 통계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겠죠?


그런데 그 숫자가 하나로 보이더라구요.
1.5
쉽게 눈으로 알 수 있었어요.


251개가 어떤 모습을 갖고 있느냐, 그게 저도 궁금했거든요.
특별한 패턴이 없다고 하면, 흩어져 있어야 해요.
가장 작게는 0.97, 가장 크게는 2.17이 나왔는데,
1.5를 중심으로 해서 정규분포가 이뤄져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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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무관하고, 계층과 무관하고
정치성향과 무관하고, 나이와도 무관하고
그 어떤 기준과도 무관하게
전국적으로 모든 개표소에서
단 하나의 숫자, 1.5로 수렴되는 비율로 이루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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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개표 기계와 소프트웨어가
후보에 따라
투표용지를 다른 비율로 분류한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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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율이 1이 아니라는 것은
무작위가 아니라는 말인데
문제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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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광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확률로 치면,
이런 사건이 우연히 일어났을 확률이
번개 2번 연속해서 맞는
그런 확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계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재광 교수님은 K값이 1.5가 나올 확률은 번개를 연속해서 2번 맞는 확률과 맞먹는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그만큼 'K=1.5'는 자연적으로 발생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혹여, 번개를 2번 연속 맞았다고 치자. 그렇다면, 적어도 거기에 대한 적절한 해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현재, 선관위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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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이상하다 하는 정황이 하나의 숫자로
팩트가 되는 겁니다.
이상하다는 정황이 있는 게 아니라, 증거가 나온 거예요.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한, 1.5라는 숫자는 나올 수 없어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K값이 1.5가 나왔다는 것은 인위적으로 외부개입이 이루어 졌다'는 강력한 증거였다. 그리고 그 범인(!)은 투표지분류기일 수밖에 없고. 투표지분류기에 과연 누가 어떤 조작을 가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영화 후반에서 이 1.5라는 숫자가 도출됐을 때, 순간 전율이 돋았다. 영화 <더플랜>을 본 분들이라면, 분명 이 충격을 느꼈으리라.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감정은 허무함이었다. 뭔가 더 거대한 진실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간단하게 귀결돼서 놀랐다.

결과만 놓고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규칙을 발견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K값을 발견하신 현화신 교수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용기내서 영화에 출연하셨다는 것도 존경스러웠고. 무엇보다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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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에 나오는 동전 아세요?
조커가 던지면 항상 앞이 나왔죠?
그 개념을 생각하면 돼요.

후보 1의 표를 받았을 때,
80%의 무게중심이 잡힌 코인을 던지는 거예요.
그러면, 앞이 나올 확률은 80%, 뒤가 나올 확률은 20%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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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통계적인 언어를 쓸께요.
통계에서는 이건 디자인이고 플랜이예요.
그러니까 1.5가 우연하게, 자연스럽게
정상적으로 나왔다고는 볼수가 없어요.

Regression modeling에 의해서 1.5가 나왔는데,
이건 Systematic하는 얘기고,
이건 플랜이 없이는 될 수 없다는 거거든요.


개표가 누군가의'플랜'으로 '디자인'될 수도 있다는 점. 정말 충격적이었다. 투표에서 이겨도, 개표에서 충분히 질 수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투표가 조작으로 물들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소름끼쳤다. 그리고 그 조작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간단하다는 것에서 허탈감이 밀려오기도 했고.

영화 <더플랜>에서는 실제로 선관위에서 사용되는 투표지분류기를 입수해, 시뮬레이션 실험도 진행한다. 실험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다. 300kb도 안되는 작은 파일을 심었을 뿐인데, 개표결과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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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공정한 개표를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이것도 의외로 간단했다. 김어준 총수님의 말을 빌리자면, 테이블 하나만 바꾸면 되는 거였다. 현행 법을 바꾸거나, 그럴 필요도 없이, 개표 순서만 바꾸면 상당 부분 해결될 일이었다. 선관위에서는 기계로 개표한 뒤에도 사람이 일일이 수개표를 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면, 선관위는 더더욱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기계로 개표하고 나서 수개표를 하나, 수개표를 하고 나서 기계로 개표하나. 걸리는 시간은 같을 테니까. (물론, 수개표가 철저하게 이뤄진다는 전제조건 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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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확실한 해법은
투표소에서 투표가 끝나는 즉시, 바로 그 자리에서 수개표를 하는 겁니다.
만약 그렇게 절차를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린다?
지금 현재 조건에서도 이 문제를 상당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테이블 하나만 바꾸면 되는 거예요.
사람이 세는 순서를 기계 앞으로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이 간단한 걸 안하겠다?
그 사람이 범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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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증상만 판단할 수 있어요.
원인은 판단을 못해요.
근데 저는 그 얘기를 하기 전에
중앙 선관위가 이건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상은 K값이 1이 나와야 하거든요.
근데 이건 1.5가 나왔거든요. 이건 비정상이거든요.
비정상이 나왔으니까
중앙 선관위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설명해줘야 해요.


이와 관련해서, 현화신 교수님은 논문 <A Master Plan 1.5>을 쓰시기도 했다. 해당 논문은 2017년 4월 6일, 미국 중서부 정치학회(MPSA)에서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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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아주 섬세한 절차이며
매우 철저한 감시가 필요합니다.
투표야말로 민주주의 심장이고,
평화로운 정권 교체의 핵심이기 때문이죠.
컴퓨터가 그 책임을 앗아갈 수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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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를 재확인할 때는
컴퓨터를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컴퓨터 과학자로서 제 입장은
선거에서는 컴퓨터를 절대 믿지 말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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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싸움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도덕적 세계의 활궁은 창대하지만
결국 정의를 향해 휜다'고 말했습니다.
우린 앞으로도
민주주의를 위해서
끝없이 싸워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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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지를 처리하는 절차는
투표지가 유권자의 손을 떠나서
개표되는 그 순간까지
단 한순간도 비공개로 진행되어서는 안되며,
항상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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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 비스너
독일의 물리학자
저는 아버지와 함께 투표소에 가서
전자 투표기를 지켜봤어요.
전자 투표를 신뢰할 수 없었고,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2006년 여름, 예상대로 첫 소송은 기각됐고
우린 이에 불복하고 헌법재판소에 항소했죠.
헌재의 판결까지 2년이라는 제법 긴 시간이 걸렸어요.

판결은 3년 반 후인
2009년 3월에 내려졌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걸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어요.
선거가 공개적으로
납득 가능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달성될 수 있었던 것이죠.



영화 <더플랜>의 후반부에는 독일의 한 부자(父子) 이야기가 나온다. 아버지인 '요아힘 비스너'와 그의 아들 '올리히 비스너'는 독일의 전자투표 시스템에 의문을 품고 2006년에 소송을 제기했다. 헌재에 항소한 끝에 2009년 독일 헌법재판소는 마침내 전자투표제도를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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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후 만났던 만남은 제게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좌파운동가도 있었지만,
보수적인 노년층도 함께했어요.
이들은 모두 선거가
자유롭고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데
한마음 한뜻인 사람들이었습니다.


독일은 독재 정권이
두 차례 집권했습니다.
히틀러 정권 하에서든
구동독의 공산 정권 하에서든
자유 선거는 없었습니다.

어렵게 얻어낸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선거에 있어서 만큼은
절대 타협해서는 안됩니다.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크다. '개표의 공정성'은 진보냐, 보수냐,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마땅히 지켜져야 하는, '당위의 문제'이다. 영화 <더플랜>은 언뜻 보기엔 통계영화로 보일 수도 있지만, 결코 통계영화가 아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매우 명확하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표하자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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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히 비스너의 아버지 요아힘 비스너는 헌법재판소의 전자투표기 폐기 판결 6개월 후인 2009년 11월에 돌아가셨다. 정말 독일에 큰 업적을 남기시고 가셨다. 요아힘 비스너라는 이름. 앞으로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수개표로 진행했으면 한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법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수개표 방식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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