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낸다

이지러진 달 그믐에 갇히듯이

by 이봄


차마 떨쳐내지 못한 말들 서넛

머릿속을 떠돌듯

어쩌면 버리지 못한 미련

미련스럽게 시간을 겉돌았는지 모르겠다

"너를 보낸다"

적어놓고서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누가 누구를 보낸다는 말인지

이미 너는 세상 끝까지 달아났는데

그래서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행복한지?

뭣 하나 알지도 못하면서 어줍잖은 보냄이라니

미련한 놈 홀로 앉아 미련만 쌓았다

.

.

.

.

습관처럼 버리지 못한

두엇의 것들 버리고 태웠다

오래 전에 그랬어야만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돌이키지 못하는 것들은 애초에

묻고 태우는 게 옳았을 터였다

버리지 못하면 그래서

미련은 켜켜이 쌓이고

유령처럼 스스로를 옥죄는 말들만

계절마다 점령군으로 당당하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까?

감정의 찌꺼기들 한데 모아 태우려 했다

남는 것 하나 없는 궁극의 순수

타고 남은 건 오직 말갛게 부서진 재 한 줌

그래서 지우고 버리고 태웠다

더는 떠돌지 않는 붙박이 나만 남거라

주문도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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