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하나

있잖아, 니가 정말 좋아

by 이봄

썼다가 지우고 머리카락 몇 번

쥐어뜯다가도 헤벌쭉 웃고야 마는 게 있다.

구겨진 편지는 가을 낙엽으로 수북이 쌓이고,

끝도 없는 형용사의 호출은 결국 새벽을 깨웠다.

별이 아름답다 거나 그것도

유난히 아름다운 이유는 오직 하나,

너로해서 별 총총 바람은 산들

어쩌구 저쩌구 입술에 침을 바르게 했지.

거짓이 아니어서 마른침

입술에 찍을 이유도 없었는데

어찌나 침은 마르고 입술은 타던지....

어렴풋이 생각했다.

어쩌면 이게 "사랑일까?"

생각하다가 얼굴은 덩달아 뜨거워서

심장 터지는 순간에 토마토 으깨지듯

터질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

.

.

.

피끓는 청춘의 풋사랑이

세월을 덧입어 더는 설레지 않던 날에

어른이 되었다.

설레는 마음이 없어 어른인지

아니면 어른이어서 설레지 않았는지

때때로 헷가리는 세월을 살았다.

"봄이 왔으니 여름은 지척이요,

여름이 지나면 가을 겨울 오는 것이야

주야장천 되풀이되는 자연의 섭리 아니겠어!"

내민 입술, 치켜든 턱주가리 주억거리며

마른침 퉤퉤 뱉고야 마는 중년.

멋대가리라고는 약으로 쓰려해도

찾을 수 없던 사내가

문득, 바람이 불고 계절이 바뀔적에

겨드랑이 사이에 책 한 권 꽂고 상념에 잠겼다.

보아하니 꼴에 '상실의 가을' 어쩌고 하는 시詩집이다.

"뭐야? 뭐래?"

징그러운 바퀴벌레라도 보았는지

마주치는 사람마다 수근수근 소근소근 입이 아프다.

아, 중년의 설렘은 이다지도 잘근잘근

씹어 맛나는 안주거리라도 되는 걸까?

그래도 한동안은 겨드랑이 사이에

달달새콤 시집 한 권 끼우고서

"있잖아, 니가 정말 좋아. 아니, 어쩌면

널 사랑하나봐!"

헤벌쭉 달뜬 마음으로

동네를 거닐지도 모른다.

오래도록 그렇게 싱겁거나 모지란 놈이어도

마냥 좋을 그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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