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만 총총합니다
월궁의 항아가 백골이 되었습니다.
까마귀와 까치들은 더는 다리를 만들지
않았을 때 달은 죽었습니다.
장돌뱅이 마누라는 사발을 내팽개치고
쑥대밭 어스름길엔 달빛이 사라졌습니다.
타닥이는 솜방망이 횃불로 타는 날에도
길은 어두워서 이웃한 마을에
닿지 못했습니다.
까치발로 마중나와 목만 늘어진 사람들
삼삼오오 장마당을 떠났습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박물장수는
끝내 어느 골짜기 바위틈에서 죽었다는
풍문만 무성합니다.
발 없는 말은 스산한 걸음으로
마을에서 마을로 달려들어
사납게 울었습니다.
우웅우웅 귀신의 말만 무성합니다.
그리움에 닿은 말은 온기를 품었습니다.
저릿한 기다림이 있었고
절절한 사랑이 있었습니다.
사람의 말은 그랬습니다.
심장이 뛰고 피가 솟구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듣는 이의 가슴에는 잔설이 녹고
아지랑이가 피었습니다.
가슴 가득 그리움이 자라날 때
밤 하늘엔 위영청 달이 좋았습니다.
장독대 정갈한 터엔 정화수 맑은 물
달처럼 뜨고,
장돌뱅이 마누라는 신주단지 어루만지듯
사기사발 품고 또 품었습니다.
까마귀와 까치는 날개죽지 뻐근토록
다리를 놓았지요.
월궁의 항아님은 월계수 너른 그늘에서
옥토끼를 쓰다듬고 있었고요.
아, 그랬던 날들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
.
.
.
달도 없는 밤, 별만 총총합니다.
월계수 푸른 가지는 이파리를 떨구고,
쉼 없이 떡방아를 찧던 토끼는
절구공이를 놓았습니다.
툇마루에 앉아 흐뭇하게 바라보던
항아님도 세월 앞에선 어쩔 수가
없었는지 더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텅 빈 달만 멀뚱이 떴습니다.
그리움에 소원을 빌던 아낙도 더는 없습니다.
손톱달로 차오던 달이 고왔습니다.
그립다, 보고 싶다 말을 하면
어김없이 차올라 보름달이 되었습니다.
휘영청 어여뻤습니다.
마치, 그대라도 되는 듯 얼굴 하나
곱게 띄워놓고, 토닥토닥 위로의 손길은
보드랍고 향기로웠습니다.
서러워 마라!
기다림의 끝에는 그리움 꽃으로 피고,
와락 쏟아내도 좋을 눈물
뜨거운 해우로 마중한다 하였지요.
눈썹달로 이지러질 때 달은 말했습니다.
그 달이 죽었습니다.
초승달로 태어나 보름달 되고
금믐달로 이지러지던 달이 죽었습니다.
달의 몰락입니다.
손바닥 후끈하도록 빌던 그리움도
접어야만 합니다.
더는 마중하고 배웅할 이유가 없으니
달은 그저 밤 하늘에 멀뚱이 뜬
보안등처럼 퇴색하고야 말았습니다.
월계수는 말라죽었습니다.
토끼는 죽어 흔적도 없고,
어여쁜 항아도 죽어 백골로 흩어졌습니다.
이별의 계절입니다.
가슴 먹먹한 죽음의 시간입니다.
달이 죽었듯 말이 사라지는 날들입니다.
바람만 불고 가슴은 어쩐지 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