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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오롯한 그곳은 오늘의 과거와도 같아서

by 이봄


사내는 소주를 한 병 마셨다.

그래서 그랬을까?

얼굴은 환하고 말은 늘었으며 몸짓 하나에도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스며있었다.

억지춘향의 미소가 아니었다.

조금은 과장되고, 조금은 들뜬 낯빛에서

오랜만에 그의 평안을 느꼈다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했다.


사내는 친구를 만났다.

아무리 경상도 싸나이들은 하루 세 마디 말을

뱉는다고 한다만 사내와 그의 친구는 삼십 년을

헤어져 각자의 삶을 살았다.

말을 섞을 만남도 투닥거리며 추억을

반추할 무엇도 없이 세월만 흘렀다는 얘기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내와 그가

경상도 싸나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가끔은, 솔직히 말하면 아주 가끔은

그가 궁금했다. 형의 친구인 그라서

늘 형이라 불렀던, 그렇지만 고교 동기동창인

친구, 그 특별한 관계의 인연이 가끔

그를 떠올리게 하는 연결고리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도 드는 그였다.

결혼은 했는지, 혹여라도 살았는지가 궁금한

세상이라서 생사여부가 가끔은 궁금한

세월을 사내와 그는 각자 넘고 건넜다.

그러다가 우연잖게 sns를 통해

안부를 묻고, 만남을 가졌다.

아, 무심하여라. 세월이여!, 를 되뇌지 않아도

세월은 원래 무심도 하고, 야속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한 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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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건너 뛴 세월의 간극은

그랜드캐니언의 협곡처럼 넓고 깊다지만

만남은 짧고 얕았다.

깊은 심연을 넘나들기에 시간은 모자랐고,

어쩌면 후일을 위해 발목쯤 찰랑이는 수면이

적당하다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깊고 얕음, 무겁고 가벼움 뭐 그런 따위로

수치화 하거나 계량화 할 수 없는

시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두어 시간, 삼십 년을 대신 하는 백이십 분.

그 안에 심장은 얼마나 쿵쾅거리며 뛰었는지,

머릿속을 스치는 이야기는 몇 수십 권의 전집으로

쓰여지고 만들어졌는지 그도 사내도

가늠하기 어려웠을 터다.


그와 헤어진 사내가 간이매표소에서

승차권을 끊었다.

내친김에 세트로 '그리움 만남권' 같은

시간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동서울 한 장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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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분 버스를 기다리다 차에 올랐다.

일요일, 두 시 삼십 분 버스는 한가하고

나이 지긋한 기사님의 취향이

물씬 묻어나는 노래가 흥얼흥얼 그렇지만

귀에 거슬리지 않게

정겹게 흐르고 있었다.

덩달아 사내의 마음도 들썩인다.

"....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그래, 그렇지. 내 나이가 어때서

추임새도 절로 튀어나오고.


사실, 사내의 친구는 대부분 서울에 산다.

인생의 반을 서울에서 살았다.

주변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온 지는 두 해 전.

소설로 풀어도 좋을 이야기 하나쯤

가슴에 새기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어서 생략하기로 한다.

여튼, 사내의 친구는 서울에 모여 있어서

그들과의 만남은 대부분 서울로의 나들이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가끔은 서울을 찾았다. 너무 오래지 않을

시간을 사이에 두고 그랬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걸음이 멀어졌다.

물리적 거리여야 겨우 80여 킬로미터쯤,

하지만 뭐랄까?

시간과 공간이 분리되는 느낌,

공존하는 그래서 만들어지는 현실의 부재는

과거와 현재만큼이나 멀고도 크다 해야하는

괴리가 사이에 있었다.

현재에 나(시골에 살고 있는)는 과거로의

서울로 시간여행을 하고,

'반갑다. 그리웠어!' 너스레를 떨다가

과거의 서울(나)에서 다시금 현실의 시골(나)로

되돌아 오게 되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사내는 늘 두 공간에 다리를 하나씩

걸치고 사는 기분이었다.

여기도 저기도 제대로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

그 경계인의 시간이 그닥 좋을 것이 없어서

나들이는 늘 뒷전이기도 했다마는

거꾸로 얘기하면 아직 발명도 안 된 타임머신을

왕복권 17000원이면 수시로 이용한다는

허무맹랑 거지같은 얘기...


사흘의 시간이 또 흘렀다.

벌써 타임머신 승차권이 그리워 지는 그다.

"동서울이요!"

과거여도 현재여도 그리운 건 그리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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