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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님에게] 시작하는 삶을 응원하며

강인함은 상처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상처를 돌볼 줄 아는 사람

by 낙원

보내주신 사연 속 '시작하는 삶'이라는 문장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의 설렘과 동시에, 그 길 위에서 마주할 수많은 파도 앞에서 더 단단해지고 싶다는 그 마음에 깊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강인함'과 '탄력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각종 불행과 불안, 조급함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이 질문은 비단 사연자님 한 분의 것이 아니라, 어쩌면 제 글쓰기의 시작점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소통의 낙원'의 첫 번째 문으로 열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강인함과 탄력성을 가지는 '방법'을 말씀드리기엔 저 역시 너무나 부족한 사람입니다. 대신, 제가 가장 약하고 부서졌던 시절의 부끄러운 고백을 나누는 것으로 저의 대답을 대신할까 합니다.

몇 년 전, 저는 감당하기 힘든 두 개의 파도를 동시에 마주해야 했습니다.

하나는, 제 세상의 전부라 믿었던 관계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무너져 내린 일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인간이 줄 수 있는 가장 깊은 상처와 마주해야 했고, 저의 선의가 어떻게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지 뼈아프게 배워야 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 미래를 걸었던 새로운 도전 역시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좌초되고 말았습니다. 기회라고 믿었던 일은 감당하기 힘든 무게의 책임감과 빚으로 돌아왔고, 사연자님께서 말씀하신 '조급함'과 '불안'이 제 모든 것을 잠식하는 듯했습니다.

제 이름 앞에는 '실패'라는 두 글자만 남은 것 같았고, 세상의 모든 문이 제 앞에서만 닫히는 듯한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그 어둠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제 존재를 부정하고 모든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역설적으로 작은 빛을 발견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던 순간, '이건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었다'는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목소리는 대단한 용기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이대로 끝날 수는 없다는 처절함에 가까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회복 탄력성'은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괜찮아지는 것이 아니라, 괜찮지 않은 나를 그대로 인정한 채로 아주 작은 무언가라도 '시도'해보는 힘. 저에게는 그것이 '글쓰기'였습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문득문득 그때의 기억이 저를 괴롭힙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들을 다루는 저만의 방식이 생겼습니다. 바로 그 감정들을 글로 옮겨 적는 것입니다. 신기하게도, 제 삶의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길어 올린 이 부끄러운 이야기가, 이제는 다른 분의 '시작하는 삶'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봅니다. 저의 상처가 사연자님의 상처를 알아보는 '눈'이 되어준 셈입니다.

오늘 드린 저의 이야기가 사연자님께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저 역시 여전히 자주 흔들리고, 사연자님과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오늘 우리가 나눈 이 이야기가, 사연자님의 '낙원'을 향한 길 위에 작은 온기를 더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를 통해 '소통의 낙원'의 문을 두드려주셔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강인함이란 상처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상처를 돌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저는 제 삶의 가장 큰 아픔을 통해 배웠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각자의 상처를 돌보며 묵묵히 함께 걸어갔으면 합니다.

P.S. 첫 번째 이야기에 소중한 후원으로 마음을 더해주신 김민수님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작가에게 보내주시는 응원은, 단순히 생계를 넘어, 세상의 모든 문이 닫힌 것 같았던 저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됩니다. 덕분에 오늘도 저는,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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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인연을 조용히 바라보는 낙원입니다. 크고 화려한 깨달음 대신, 일상 속의 작고 조용한 발견을 기록합니다. 당신과 나란히 앉아 마음의 온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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