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기본기 To 개인기
개인기가 뛰어나지 않은 축구선수는 있지만, 기본기가 뛰어나지 않은 축구선수는 없다.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 않는 가수는 있지만, 탄탄한 음정과 발음을 내지 않는 가수는 없다. 프로 세계에서 '기본기'는 충분 조건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아마추어들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기본기'가 아닌 '개인기'에만 치중한다는 것이다. 내실을 다지기보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 반하고, 하루하루 연습하기보다 단박에 뛰어오르는 꼼수를 찾는다. 이같은 꼼수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 꼼수가 나쁜 것만도 아니다. 그러나 꼼수만 바라고 정석에 등 돌릴 때, 언젠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비극의 순간을 맞이할 것은 자명하다.
사람들이 얼마나 '개인기'에 미쳐있는지는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만 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00의 정석, 00 정복 30일, 00처럼만 하면 된다' 등 책 제목에는 지름길과 노하우를 강조하는 문구만 가득하다. 베스트셀러 중 어떤 책도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고, 강조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기본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사람들은 상술에 놀아난다. 충만한 개인기에 기본기는 하나도 없는 '속빈 강정, 붕어없는 붕어빵'이 된다.
기본기와 개인기는 전혀 다른 것 같지만, 진짜 개인기는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온다.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사업가가 감동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없고, 스케치도 하지 못하는 화가가 화려한 색칠을 할 수 없다. 결국 본인이 화려한 개인기를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개인기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진정 개인기가 있는 사람은 개인기를 자랑하지 않는다. 그럴 시간에 기본기를 더욱 탄탄하게 한다. 축구 황제 호날두가 왜 하루도 빠짐없이 슈팅 연습 및 체력 훈련을 하겠는가?
기본기 없는 개인기는 모래로 쌓은 두꺼비집과 같다. 다 사라진다. 쉽게 부서진다. 하지만 기본기 위에 쌓인 개인기는 진흙으로 꾹꾹 눌러다진 토성과 같다. 쌓으면 쌓으수록 더 단단해진다.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거대한 성이 된다.
물론 쉽지 않다. 말이 '기본기'지, 기본기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너무도 단순해서, 매일 똑같은 것을 하려니 지겨워 죽겠다. 그리고 힘들다. 그래서 기본기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때만 다질 수 있다. 미치도록 좋아하지 않으면, 기본기를 쌓기 위해 드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없다. 억지로 한다고 될 것도 아니고,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본인의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난 자유 의지와 열정, 그것만이 기본기를 향한 유일한 통로다.
남들은 다 하기 싫다는데 나는 좋다면, 매일 같은 일인데도 가슴 뛰고 즐겁다면, 비록 힘들지만 그래도 견뎌볼만 하다면, 그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고 가야할 길이다. 그곳에서만이 내 기본기를 갖출 수 있다. 기본기는 기본이 아니다.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