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우연이!’하고 외치지만,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연이란 내 예상에 빗나간 일이 일어났음을 의미하고, ‘예상’은 나의 생각이다. 즉, 우연은 내 생각과 계산에서 벗어난 일일 뿐,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몰랐을 뿐이다.
나의 ‘우연,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를 전해들은 지인들은 내게 이렇게 말한다. "와~ 정말 우연이네? 신기하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 속은 이렇다. ‘내 그럴 줄 알았다.’ 나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주위 사람들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왜? 나는 나 자신의 말과 행동을 볼 수 없지만, 상대는 매일 보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하루를 사는지 나보다도 더 잘 안다. 그만큼 나는 나 자신을 모른다.
그랬다. 우연은 원래부터 없었다. 원인과 결과가 있을 뿐. 다만 수많은 원인이 겹쳐 하나의 결과를 낳으니 모른다고 하는 게 속 편하다. 그러나 지금 편하면 나중이 힘들다. 모른 채 사는 것만큼 불행한 것도 없다.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갈 생각만 하지, 왜 병이 걸렸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병원은 병이라는 결과를 치료하는 곳이지, 병의 근원을 진단하는 곳이 아니다.
‘현재'라는 내 삶의 결과에 대한 진단은 내가 아니라 외부에서 한다. 가족, 지인, 상사, 친구 등이 한다. 하지만 결과를 낳은 원인은 나에게서 시작된다. 어떠한 결과도 내가 초래한 것이지, 남이 초래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남탓을 한다. 남탓을 아무리 많이 해도 내 삶은 바뀌지 않는다. 내가 바뀌어야 한다.